매일신문

15kg 들고 77층 오르기…최강 소방관 향한 도전

소방관 경기대회 관전기

23일 대구 우방랜드 주차장에서 열린 제11회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최강소방관 종목에 출전한 여성 선수가 폭염 속에 소방호스를 끌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3일 대구 우방랜드 주차장에서 열린 제11회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최강소방관 종목에 출전한 여성 선수가 폭염 속에 소방호스를 끌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굵은 다리는 달리는 말을 연상케했다. 터질 듯한 팔의 힘줄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주위에서 환호소리와 격려박수가 울려퍼졌다.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그 자리에 누워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23일 오전 10시 대구시 달서구 우방랜드 주차장. 그늘 한점 찾기 힘든 이곳에서 '최강소방관경기' 가 선수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시작됐다.

최강소방관경기는 1단계 호스끌기부터 4단계 계단오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소방과 관련된 일을 빨리 끝낸 선수가 우승하는 경기다. 수십 ㎏씩 나가는 장비를 옮겨야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참가할 엄두도 못낸다. 그나마 쉽다는 1단계가 방화복 상의와 헬멧, 산소통(15㎏)을 착용한 채 9.5㎏짜리 호스 두개를 들고 80m를 달린 뒤 15m짜리 호스본 두개를 말아 박스에 넣는 것이다. 80㎏짜리 마네킹을 옮기는 2단계는 시범을 보이는 한국 소방관도 하지 못했을 정도다.

1, 2번 선수가 1단계 출발선에 서자 주변의 시선이 집중됐다. 녹색 버튼을 누르고 선수들이 달려나가 빨간색 버튼을 누르며 들어올때까지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선수를 격려했다.

온몸을 혹사하는 경기지만 소방관들이 참가하는 이유는 '최강'의 칭호를 얻기 위해서다. 독일에서 온 요아힘 포산즈(37) 씨는 "다른 종목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 경기는 오직 우리 소방관들만을 위한 경기다"며 "이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은 '내가 바로 세계 최고의 소방관'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요하임 씨는 25일 경기를 치를 예정이지만 미리 와서 코스를 훑어보고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선수들은 근력과 소방관으로서의 기술, 정신력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웨덴의 마르크스 요한(28) 씨는 "이렇게 더운데 두꺼운 방화복을 입고 경기를 하면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며 "더위를 이겨낼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경기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4단계를 가장 힘든 코스로 꼽았다. 선수들은 방화복 상의를 헬멧과 산소통을 착용한 채로 우방타워 77층(100m)까지 1천200여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체코선수인 미켈 구르니(28) 씨는 "4단계는 주위의 응원도 없이 5분이 넘는 시간을 홀로 고군분투해야 한다"며 "나는 너무 힘들어서 파란 계단만 쳐다보며 올라갔다"고 말했다.

경기가 계속되면서 포기하는 이들도 나왔다. 올해 첫 출전인 스페인의 모이세스(25) 씨는 2단계에서 마네킹을 들지 못해 실격했다. 그는 "첫 출전이라 긴장한 것 같다"며 "다음 대회에 도전해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도 연방 탄성을 내뱉었다. 김주광(24) 씨는 "소방관이 꿈이어서 한번 보러 왔는데 경기가 너무 박진감 넘친다"며 "소방관이 되면 꼭 이 종목에 도전할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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