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3일 이재오 특임, 진수희 보건복지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인사 검증 작업을 벌였다. 예상대로 야당은 파상 공세를 벌였고 후보자들은 잇따라 사과를 하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학력 부실 기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66년 4월 23일 입대해 1966년 7월 6일까지 공병학교 중장비 정비로 군사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중앙농민학교의 성적증명서에 1966년 1학기에 18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기록된 것은 의문"이라고 따졌다. 이에 이 후보자는 "현재 학제로 보면 의혹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당시엔 그게 묵인됐다. 45년이 지난 지금의 눈으로 본다면 이해가 안 되는 점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군인 신분으로 파견교사까지 하고 대학까지 다닌 것은 지금 생각하면 적절치 않았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치 '실세'에 걸맞은 '고차원적인' 질문이 잇따랐다. 이 후보자는 "개헌에 대한 입장을 말해 달라"는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의 질문에 "권력이 분산돼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며 "다만 개헌은 국회가 하는 것인 만큼 특임장관이 되면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후보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권 후보로 나설 경우 지원할 생각이 있느냐"는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의 질문에 "김 지사와는 오랫동안 같이 생활해왔다. 상당히 훌륭하다"며 "(대선 후보로 나가면)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진 각종 의혹에 대한 공세가 이뤄졌지만 진 후보자는 회피성 발언으로 위기 모면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소득과 지출의 차액으로 인한 재산 누락 신고 의혹이 집중 거론되자 진 후보자는 잘못된 산술법 때문이라면서 신고 누락분은 없을 것이라는 해명을 하다가, 부모로부터 받은 임야 매각분, 강연료 등 기타 수입, 주식매각대금 등이 일부 누락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진 후보자의 수익과 지출의 차액 발생분에 대한 구체적 해명과 자료가 제시되지 못하면서 복지위는 정회를 하고 재산 문제를 집중 분석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계속된 추궁에 진 후보자는 "이럴 줄 알았으면 철저하게 관리 했을텐데 치밀하지 못한 불찰이 있었다"며 의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점을 사과했으나 의혹이 제기된 재산 누락분에 대해선 결국 구체적 해명은 하지 못했다.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의 다운계약서 작성에 대해서도 진 후보자는 "범법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행위이고 탈루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줬으면 한다"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후보자=논문 중복 게재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민주당 등 야당은 논문 중복 게재 의혹과 자기 표절 등을 강하게 몰아세웠다.
민주당 김유정·김상희 의원은 "이 후보자가 국내 도서와 학술지 등에 수차례에 걸쳐 논문 표절 또는 중복 게재를 했다"고 질타했다. 또 같은 당 김영진'김춘진 의원은 자정을 넘겨 차수를 변경하면서까지 질의를 이어가 무상급식을 전면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학술지 논문 2개의 경우 3개 단락이 중복되는데 주석을 못 단 것은 실수인 것 같다"고 인정했고,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서는 예산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야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자는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결정적인 흠결이 없다는 점에서 비교적 무난한 신고식을 치렀다는 평가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위장 전입이나 투기 등 여러 의혹이 불거져 나온 다른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에 비해 큰 공방 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됐다. 따라서 이날 진행된 5개 청문회 중 가장 빨리 종료됐다. 야당 의원 중에도 유 후보자에 대해 '후보자 중 유일하게 결정적 흠이 없는 사람'이란 말이 나왔다.
한나라당 신성범 의원은 "유 후보자의 군수, 민선시장, 국회의원 등의 경험이 장관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농수산식품 분야에 대한 업무 파악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유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할 만큼 이 분야의 전문적 식견을 가진 분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장관직을 수락한 정치적 이유가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같은 당 김효석 의원은 "유 후보자는 소통과 화합을 위해 내정된 것처럼 돼 있다. 농식품부 장관이 정무장관이냐"라고 따지면서 "세종시 문제처럼 박 전 대표는 찬성하는데 이 대통령이 반대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농수산 행정을 잘하라는 차원에서 내정됐다며 그 관점에서만 일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조 후보자는 자신의 잇단 말 실수를 사과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고 맹공을 날렸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가 청문회 초반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조 후보자의 사과는 참으로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허울 좋은 '청문회 면피용 사과'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의원들은 "조현오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유무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동문서답만 거듭했다"고 지적했다.
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가급적 검찰 수사 이전에 유족들의 이해를 구하려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검찰 수사까지 간다면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면서 "조현오 후보자는 사과 한마디면 자신의 잘못이 세탁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야당 의원들은 특히 "고인에 대한 의혹을 던져놓고 분명한 대답조차 않는 것은 고인을 또 한 번 욕보이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없다', '있다'도 밝히지 못하는 조현오 후보자는 15만 경찰의 수장으로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거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있는가"(이윤석 의원)라고 묻었지만 조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죄송하다" "송구스럽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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