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곡동 배수장, 심의 끝나기전 공사 발주

정부 예산조기집행 독려에 절차 무시…설계도도 달라

대구경찰청 중간수사 발표 결과 대구 북구 노곡동 물난리는 업무 절차를 무시한 전형적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노곡동 배수펌프장 경우 예산조기집행을 위해 전문가(건설기술심의위원) 및 소방방재청 심의가 끝나기도 전에 공사가 먼저 발주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구청의 공사 발주는 지난해 6월 이뤄졌다. 이 시기는 정부가 예산조기집행에 참여하지 않으면 책임자를 엄벌하겠다며 각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보낸 시기와 가깝다. 그러나 소방방재청 등 유관기관의 심의는 이보다 수개월 늦게 진행됐다. 발주 시기 당시 설계도와 실제 공사가 이뤄진 11월 설계도가 다른 점도 불확실한 설계를 기초로 공사 발주에 나섰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예산 절감을 내세운 배수펌프장 설치도 수해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습수해 지역으로 분류된 노곡동은 당초 고지터널배수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소방방재청이 예산 부족으로 배수펌프장과 제진기 설치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유수지 마련, 고지터널배수 방식, 배수펌프장 건립 등 3가지 방법이 모두 동원될 때 상습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심의 의견은 무시되면서 배수펌프장 건설 공사만 발주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체 공사에 나설 예산은 부족한데 정부가 예산조기집행을 강요하니 방법이 없었다"며 "건설기술심의위원들은 시나 관할 구청의 예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심의 의견을 내는 경우가 있어 이들의 의견이 무조건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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