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진건 문학상금 200만원' 이건 아니잖은가

초라한 현진건 추모사업 현주소

송일호 대구문협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이연주 대구소설가협회회장이 현진건 문학상의 위상제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송일호 대구문협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이연주 대구소설가협회회장이 현진건 문학상의 위상제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현진건은 대구의 자존심" 이라면서 그의 이름에 걸맞은 위상이 정립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진건
현진건

소설 '빈처' '운수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B 사감과 러브레터' …. 대구출신 소설가 현진건의 작품으로 학교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제목이다.

현진건(1900~1943 호 ' 빙허)은 우리나라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며, 1920년대 단편소설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다. 동아일보 사회부장 시절 마라토너 손기정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훼손한 사진을 신문에 게재해 해직되고, 투옥됐던 인물이다. 현진건은 뛰어난 소설가이자 독립운동가였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작품 속에 대구사투리를 넣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조명작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소설가 송일호 씨 등 대구문인들의 수년간 노력으로 2009년 현진건 문학상이 제정됐지만, 상금은 200만원으로 남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나마 후원하는 단체가 없어 대구와 경북의 소설가 협회회원 25명이 십시일반으로 상금을 충당하고 있다. 심사비와 시상식 비용 등 운영비 200만원을 대구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받고 있지만, 이 역시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문학상을 시상하면 수상작 및 후보작품 등을 담은 수상집을 출간해야 하지만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현진건 문학상을 제정하고 주최하고 있는 송일호 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과 이연주 대구소설가협회 회장은 "소설가 현진건이 우리나라 근대문학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는 염상섭과 함께 한국소설문학의 사실주의를 이끈 사람이다. 지금이라도 대구시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적극 나서서 우리 지역의 자랑이자 자존심인 선생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대구출신 화가로 한국 근대 미술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인성을 기리는 이인성 미술상을 10년 전부터 제정해 대구미술의 위상을 알려오고 있다. 또 시인 이상화에 대해서도 문학상 등 기념사업과 재조명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과 동시대를 살았으며 이들에 비해 조금도 떨어질 게 없는 현진건에 대한 조명은 미흡하다못해 남부끄럽다. 특히 상금이 5천만원인 동인문학상, 동리목월 문학상, 3천만원인 이상 문학상, 황순원 문학상에 비하면 200만원의 현진건 문학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상황이 이러니 현진건 문학상 수상대상자를 전국화하지 못하고, 대구에서 활동 중인 작가로 한정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연주 소설가협회 회장은 "현진건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생각하면 문학상 역시 전국화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상금 200만원으로 어떻게 전국의 문인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겠느냐. 적어도 1천만 원은 돼야 한다"고 했다. 상금이 문학상의 위상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생의 업적을 고려할 때 적어도 너무 적다는 것이다.

현진건에 대한 조명작업이 미흡한 것은 문학상에 한정되지 않는다. 선생을 기억할 만한 유형의 공간이나 시설은 없다. 그 흔한 문학관도 집도 없다. 심지어 무덤의 위치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두류공원 인물동산에 여러 작가들과 함께 동상 하나가 있을 뿐이다. 현재 대구시가 대구문학관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소설가 현진건이 얼마나 제대로 조명 받을지는 불투명하다.

송일호 대구문협 수석부회장은 "선생은 해직 이후 생계를 잇기 위해 양계장, 쌀장사 등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게다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혈육이라고는 외동딸 한 사람밖에 없다. 일본과 중국에서 학교를 다녀 국내에는 동문도 제자도 없다. 일부 문학인의 경우 유족이 상금을 대거나 동문들이 나서서 명성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현진건 선생은 그럴 상황도 아니다. 일제시대 핍박을 받은 영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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