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위안화 절상, 기업들 대처법은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자원의 블랙홀, 세계의 생산공장이자 소비시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은 앞으로도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중국이 지난 6월 19일 '위안화 유연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사실상 고정환율을 적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환율을 점진적으로 절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유연화 방침'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위안화 절상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전망은 존재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 특히 상대적으로 대중 무역적자폭이 큰 나라들을 주축으로 끊임없는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이었기에 시기가 언제가 됐든 절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대세였고, 앞으로 점진적인 절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위안화 절상 폭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예상보다 적은 3%의 변동폭을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지만, 중국 정부가 다소 파격적인 발표를 한 만큼 보다 급진적인 절상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달 중순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무역흑자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올해 2분기 흑자세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설명하며, 무역격차 해소를 위해 보다 빠른 위안화 절상이 용인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관리변동환율제 복귀 이후 한 달가량이 흐른 7월 중순 위안화는 0.8% 수준의 절상 폭을 보였으며, 그 후 0.5% 수준까지 절상 폭이 좁혀졌다가 현재는 반등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화폐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단순히 생각하면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수출기업에 득이 될 것이라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위안화 절상의 주요 업종별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가 좋은 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의 상당 부분(약 93.8%)은 자본재와 원자재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국에서의 가공을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재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리 기업의 수출 감소와 직결될 수 있다는 의미로 두 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동시에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KOTRA가 실시한 최근의 설문조사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은 위안화가 절상되면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그렇다면 위안화 절상에 따라 한국 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전략 수립'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가장 당연하고도 기본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향후 1, 2년 내에 우리의 원화 가치가 10%, 많게는 20%까지 강세를 보일 경우까지 대비해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한국인의 장점인 근성과 독창성을 백분 발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수출효자 산업인 조선'철강'전자'자동차 분야에서 이미 중국과의 격차가 극히 좁아진 현 시점에서 대중국 비교 우위를 위한 전략 수립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둘째는 '중국의 내수시장 진출 재검토'를 하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의 최대 수혜는 역시 중국 내수시장의 확대다. 이는 중국 다롄에서 대규모 조선해양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STX그룹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STX다롄은 STX그룹의 글로벌 전초기지로서 해외 조선시장을 위한 발판 역할은 물론 중국 내수시장을 위한 조선기자재, 엔진, 선박 판매 등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셋째는 '세계 자원시장에 대한 보다 공격적인 접근'이다. 위안화가 점진적으로 절상되고 중국의 무역흑자폭이 감소되면 세계시장의 자원 M&A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중국일지라도 부담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그간 해외 자원개발 분야를 독식하다시피 해 온 중국에 놓친 기회들을 차츰 만회해 나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위안화 대비 환율이 급속도로 변하지 않는 것은 중국은 물론 우리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다. 아직은 1% 이하의 절상 폭을 보이고 있는 지금이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10년 후에도 한국기업들이 확고한 경쟁력이 있기를, 그리고 중국기업들과 함께 'win-win'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대유((주)STX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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