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과 애국의 차이는 뭘까.
동양화의 거장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은 1936년 오늘, 뜻하지 않게 반일운동에 휘말렸다. 동아일보는 1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의 사진에 일장기를 지우고 내보냈다. 이길용 기자가 주동을 했고 미술 담당이던 이상범의 손을 거쳐 제작된 것이다. 일경에 끌려가 40일 동안 고문을 받고 고생했다.
본래 독립운동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총독부가 만든 '조선미술전람회'에서 1925년부터 10회 연속 특선을 차지할 정도로 '관전'(官展)에 경도된 화가였다. 국방헌금 모금을 위한 기획전에도 참가했으나,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기고한 삽화가 친일의 결정적인 증거로 남았다. '나팔수'라는 제목으로 지원병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해방 후 산수화의 신천지를 개척한 거장('TV쇼 명품진품'에 그의 작품이 가끔 등장한다) 칭호와 함께 홍익대 명예교수를 역임했으나 친일의 주홍글씨는 끝내 지울 수 없었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크게 배운 게 없고 그림으로 성공하려는 욕구에 불탔던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면서 영광과 치욕을 함께 맛본 화가로 기록된다.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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