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움직임에 대한 상식이 깨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시중금리가 오히려 내리고 있는 것. 통상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이나 예금금리도 덩달아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 폭은 미미하거나 일부 은행은 아예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금융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예금금리도 덩달아 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내려가는 대출금리
기준금리가 인상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폭은 미미한 상황이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한 1년만기 주택대출금리는 24일 현재 4.10~5.4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전인 6월 말 3.94~5.37%에 비해 불과 0.05~1.6%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CD 기준금리는 1.7%p 상승했다. CD기준금리 인상 폭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같은 기간 잔액기준 코픽스기준금리는 3.95%에서 3.89%로 오히려 0.06%p 내렸다.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1.1%p 인상됐다.
아예 금리를 내리는 은행들도 있다. 우리은행은 24일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를 최고 0.3%p 내렸다. 이에 따라 금융채 금리에 연동하는 6개월 변동형 주택대출의 금리는 연 5.01~6.03%에서 4.71~5.73%로 낮아졌다. 1년 변동형 대출의 금리도 연 5.74~6.76%에서 5.44~6.46%로 떨어졌다.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도 3년 만기 기준으로 0.3%p 내린 연 5.72~6.74%가 적용됐고, 12개월 변동형 코픽스 대출의 금리도 0.10%p 하락했다.
신한은행도 소득 2천만원 이하의 서민 대상 '신한희망대출'의 금리를 최고 1.0%p 낮췄다. 신용등급 4~6등급은 0.5%p, 7~10등급은 1.0%p가 내려 연 9~11%의 금리가 적용된다. 또 이달부터 직장인신용대출 등 일부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최고 0.5%p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앞서 지난 5월 소액 서민대출 상품인 '하나 희망둘더하기 대출'의 금리를 연 13%대 중반~16%대 중반에서 9%대 중반~14%대 후반으로 낮췄다. 이처럼 일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서민의 이자 부담을 우려한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와 유치한 자금을 운용하려는 은행의 전략이 맞물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도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최근 신용대출 상품인 '와이즈론' 최고 금리를 연 42%에서 37%로 내렸다. 캐피탈사들도 지난달 하나캐피탈이 신용대출 최고금리를 연 36%에서 29%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캐피탈, 롯데캐피탈, 아주캐피탈 등이 개인신용대출 최고 금리를 5%p 낮추거나 취급수수료 폐지에 나섰다.
◆예금금리도 역주행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에 이어 정기예금 금리도 잇따라 내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 최고금리를 4.0%에서 3.9%로 0.1%p 낮췄다. 국민은행도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연 3.70%로 한 달 전 3.85%에 비해 0.15%p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연 3.61%를 기록, 이달 11일 3.74%에서 0.13%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정기예금 금리가 내리는 이유는 은행채 등 금융채 금리가 하락한 탓이 크다. 1년 만기 예금금리의 기준이 되는 1년물 은행채(AAA등급) 금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이후 3.54%(7월14일)까지 올랐으나 이후 내림세를 타면서 24일 현재 3.39%를 기록 중이다. 이는 외국인들이 빠른 경기회복세와 원화 강세 등의 전망에 따라 한국 채권을 대거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 하락에도 은행으로 자금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9일 현재 은행권의 저축성예금 잔액은 729조8천707억원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10조7천588억원이 늘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다시 동반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 소비자들은 이런 점을 유의해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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