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례상 통계물가-피부물가 "달라도 너무 달라요"

단대목 가격상승 미반영, 계산 단위도 현실과 괴리

주부 박수향(44) 씨는 최근 언론을 통해 시장에서 차례상을 준비하는 데 16만8천400원이 들고, 대형마트에서는 17만9천원이 들 것이라는 보도를 접하고 코웃음을 쳤다. 정말 이 돈으로 차례상 마련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것. 박 씨는 "이것은 통계상으로 집계되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실제 이 언론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는 주부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올 추석물가 비상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유통업체들과 물가조사기관들이 앞다퉈 차례상 비용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물가정보는 서울 경동시장에서 4인 가족의 차례상을 마련하는데(추석 1개월 전 기준) 16만8천400원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5만5천200원과 비교해 8.5% 증가한 것이다.

한국물가정보는 "올 초 이상저온으로 출하량이 줄거나 품질이 나빠지면서 무는 1개당 1천500원에서 2천원으로, 양파는 1망당 2천500원에서 3천500원으로 오르는 등 채소류 가격이 36% 오른 것이 차례상 비용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혔으며, 수산물 가격 상승률도 25%나 됐다"면서 "채소값의 강세가 추석까지 이어지면 실제 비용은 19만원 선에 형성돼 서민들의 지갑 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마트는 산지 시세를 바탕으로 올 추석(9월 22일) 1주일 전 시점의 28개 주요 제수용품을 대상으로 추산한 결과, 4인 가족 기준으로 17만9천20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작년 추석 차례상 비용(17만2천320원)보다 3.9% 늘어난 것이다. 롯데마트는 차례비용 상승의 원인으로 역시 과일과 채소값 상승을 꼽았지만, 다행히 한우와 밀가루값 하락이 전체 상승폭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우의 경우에는 사육두수 증가로 가격이 작년보다 8.4% 떨어진 1만7천520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밀가루도 정부의 생활필수품 가격인하 정책의 영향으로 2천500g들이 가격이 작년보다 5.9% 하락한 2천890원 수준이다.

차례상 물가는 올해 극심한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한국물가정보 조사 자료에 따르면 매년 1.3~2% 대의 상승폭을 보이던 추석 제수용품 비용은 올해 16만8천400원으로 8.5%나 올랐다. 한국물가정보 관계자는 "2009년부터 통계 작성에 포함되는 항목에 소폭의 변동이 있어 이를 직접 비교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올해 물가상승폭이 유독 큰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 장보기와 왜 괴리 있을까?

한국물가정보가 조사한 제수용품은 31개 품목으로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다. 과일·견과류(사과, 배, 곶감, 대추, 밤)와 나물류(숙주,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콩나물), 수산물(조기, 북어포, 동태포, 건오징어, 김), 육류·달걀(쇠고기 한우국거리, 돼지고기 편육용, 닭고기, 달걀), 채소류(무, 배추, 대파, 양파, 고구마), 기타(약과, 유과, 젤리, 청주, 밀가루, 햅쌀, 송편) 등으로 차례상을 차린다고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상차림일 뿐, 실제 가정의 차례상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각 가정에서는 수박, 포도, 단감 등 제철과일을 비롯해 심지어 바나나 등의 외국산 과일까지도 올리지만 이들은 빠져있는 것. 당연히 가격 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우의 경우만 봐도 '국거리'만 조사에 포함돼 있을 뿐 산적을 위한 한우가 빠져있고, 전을 굽기 위한 호박이나 두부, 부추 등의 재료도 빠져 있다. 한국물가정보 측은 "사실 지역마다 상차림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제수용품만을 골라 통계를 작성하다 보니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단위도 현실과 큰 차이가 난다. 한국물가정보는 숙주 400g, 콩나물 400g을 기준으로 각 700원이 든다고 밝혔지만 사실 시장에서 "700원어치만 주세요"라고 했다가는 아주머니에게 혼쭐만 나기 십상이다. 조현주(48·여) 씨는 "보통 장을 볼 때는 '숙주 400g만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1천원 혹은 2천원어치를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마트에서 살 때는 브랜드별로 콩나물 가격차가 워낙 커 700원으로 콩나물 한 봉지를 사기는 불가능하다"고 푸념했다. 실제 한 대형마트에서는 콩나물 가격이 1봉 기준(용량은 제각각) 1천원에서 1천900원까지 다양하다.

단대목이 되면 모든 제수용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다는 점도 '통계물가'와 '피부물가'의 간격을 벌려놓는 요인이 된다. 현재 1천500원 선인 부추 한 단 가격은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상승곡선을 그린다. 물량이 부족하다보면 가끔 부르는 것이 값이 될 때도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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