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협화음 속에 장치된 美的 언어

▲전성숙 작
▲전성숙 작
▲김형철 작
▲김형철 작 '브레인티저

분도갤러리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작가 지망생들 가운데 눈에 띄는 작가를 선정, 전시를 여는 '카코포니'(cacophony)전을 9월 4일까지 연다. '카코포니'는 현대 음악에 등장하는 용어로 의도적으로 배치되는 불협화음을 뜻한다. 신예 작가들의 에너지와 패기를 상징하는 이 전시는 갤러리 분도가 2005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

평면회화와 설치 오브제, 미디어 영상 작업을 통해 젊은 작가들은 '존재'와 조형예술에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를 독창적으로 풀어낸다.

김도이는 '후추 없는 이야기'를 발표한다. 대학생활 동안 자취방에서 동거동락하며 가족처럼 지내온 강아지 후추를 보금자리로 돌려보내고 혼자 남아 경험하는 일상을 미술로 풀어낸다. 작가는 전시장의 벽에 공간 도명을 테이핑한 후 그 위에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자화상은 의도적으로 왜곡되고 과장돼 있다. 무표정한 작가의 표정은 공허함을 드러낸다.

박민경의 '잃어버린 아이'는 한 뼘 정도의 작은 입체 인형이 주인공이다. 페인트 통이 가슴에 박힌 인형은 이성보다 감성에 충실한 자유로운 정체성을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사회적 통념 속에 가면을 쓴 듯 본성을 숨기게 되는 자아를 캐릭터화해서 보여준다. 깨어지고 부숴진 석고 인형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평면, 설치작업을 통해 내면을 능동적으로 표출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전성숙의 평면작업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만든 작품이다. 버스나 화장실 같은 일상 공간에 물이 들어차면서 일상의 모습은 변형된다. 작가는 일상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을 물결로 은유화해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형철의 미디어 설치 작품이 눈에 띈다. 작품 '브레인티저'(Brainteaser)는 조형과 사운드, 영상을 하나로 결합시킨 보기 드문 작품이다. 전시장 바닥에는 하얀 사각형의 스티로폼 조형이 놓여 있다. 여기에 작가는 음악과 영상을 입힌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작가는 음악의 흐름과 사운드의 변형, 박자에 맞춰 이미지를 변화시킨다. 나무, 도심의 불빛 등의 영상은 음악과 잘 어울려 흘러간다. 마치 춤을 추듯 영상이 변한다.

정수진 큐레이터는 "작품의 완성도와 독창성을 중심으로 졸업작품전에서 작가들을 선정했다"라면서 "신예작가들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전시인 만큼 자신감 넘치는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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