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나라 '아줌마'들에게 바치는 동화

#아내와의 이별/ 와인북스 펴냄/ 홍적 지음

#아내와의 이별/ 와인북스 펴냄/ 홍적 지음

아이들이 읽는 동화가 아니라 어른을 위한 장편동화다. 그리고 이 책은 이 땅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에게 바치는 '헌정동화'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아줌마들은 물론, 그 아줌마들을 아내로 둔 남편들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것도 결혼 20~30년쯤 되는 부부에게는, 특히 남편들에게는 '강추'다.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이 땅의 모든 남편의 아내들… 이른바 '아줌마'라는 이름의 모든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는 말이 이 책 내용을 말해준다. 그렇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아줌마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줌마에는 결혼한 여자를 높인다는 뜻은커녕 비하하는 뜻이 더 강하게 배어 있다. 집에서도 아줌마에 대한 대접은 시원치 않다. 마누라, 밥쟁이, 솥뚜껑 운전사 등. 이렇게 우리나라 아줌마들은 남편에게서조차 공공연히 비하당하고 산다.

이 동화 화자의 아내는 우리나라 아줌마들의 꼭 평균치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의 아줌마다. 그녀는 1950년대 후반에 이 땅에 태어났다. 그러므로 그녀에게는 입에 풀칠조차 하기 어려웠던 성장기를 보내고 상경하여 직장에 다니다가, '운 좋게도' 대학을 나온 한 남자를 만나 이십 수년 전 결혼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폐경기를 맞은 꽉 찬 쉰이다. 그래선지 아내의 몸은 예전 같지가 않다. 전에 없이 건망증이 심해진다거나 잘 때 코를 고는 것쯤은 예사다.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온 착한 아내는 배가 며칠째 아파도 병원에 가는 대신 바늘로 자신의 손가락을 스스로 따며 버틴다. 그 모습을 보는 남편은 기가 막힌다. 그러다가 추석을 딱 열흘 앞둔 어느 날, 아내는 갑자기 시댁에 가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과 '영원히' 헤어지기 위한 수순의 일환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슴을 치고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위암. 말기 중에서도 말기. 그런데 아내는 '죄없는' 손가락 끝만 바늘로 상처를 냈다니.

아내가 가고 홀로 남은 남자. 서서히 아내의 빈자리가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침에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혼자 눈을 떴을 때나 저녁에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설 때. 무심코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 적도 많다. 그때마다 이제 다시는 아내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 소리 죽여 울기도 한다.

저자 홍적은 1952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1996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장미의 배신'으로 등단,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70쪽, 8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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