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1시 대구시 달서구 우방랜드 주차장. 세계소방관경기대회 5일째를 맞아 '소방차 운전' 경기가 펼쳐진 이곳은 흡사 운전면허 시험장 같았다.
소방차 운전 경기는 선수들이 대형 소방차를 운전해 좁은 공간을 통과한 뒤 차량 앞 뒤에 박혀 있는 압정으로 코스마다 설치된 풍선 12개를 터트리는 종목. 벌칙도 있다. 삼각뿔 위에 놓여있는 테니스 공이 떨어지거나 풍선을 터트리지 못하면 최종 기록에서 각각 20초, 30초씩 추가된다.
소방차 운전 경기는 쉬운 듯 보여도 어려운 경기였다. 특히 영국, 일본 등에서 온 선수들은 좌·우가 바뀐 핸들 위치에 헷갈려했다. 이날 5번째 선수로 나선 일본인 타케오 키쿠치(33) 씨 역시 마찬가지. 그는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어 뒤를 확인한 뒤 차를 후진시켰지만 풍선은 터지지 않고 옆에 있는 삼각뿔이 쓰러졌다. "일본 차와 핸들 위치가 달라서 당황했어요. 이런 변수가 있을지 몰랐네요. 하하."
일부 선수들은 차량이 너무 커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몽골인 사로 카나(24) 씨는 "몽골에는 이렇게 큰 소방차가 없어 대형 소방차를 본 것도 오늘이 처음"이라며 "땅이 넓은 몽골에서 좁은 통로를 통과할 일이 없었는데…"라고 말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프랑스 출신의 프레드릭 가르시아(45) 씨는 "왼쪽 운전대에 앉아서 오른쪽에 있는 장애물을 넘어뜨리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는 관전평을 내놨다. 그는 또 "빨리 운전하는 것보다 실수하지 않고 정확하게 운전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했다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골목길 운전 경험이 많은 한국 선수라 해도 100%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동영(39) 씨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즐비한 골목길을 비집고 다니며 운전한 게 다 훈련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한국 선수는 해외 선수에 비해 좀 더 좁은 공간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며 결의를 다졌다.
대회 시설운영팀은 이날 현장에서 한국형 소방차 핸들 위치와 조작법 등에 익숙치 않은 해외 선수와 국내 선수 사이에 형평성을 위해 경기 진행 방식을 바꿨다. 또 국내외팀이 함께 실력을 겨루고 수상자를 가리기로 한 기존 방침을 바꿔 국내팀과 해외팀을 나눠 각각 우승자를 결정했다. 국내외 선수 사이에 경기 기록이 7분 이상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김현도 시설운영팀장은 "평소에 똑같은 소방차로 운전을 많이 한 한국 소방관들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며 "어차피 자비를 털어 멀리서 온 이들인데 모두가 즐거워 할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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