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가 뜨고 있다. 3D가 보편화하면서 이를 더 실감나게 한 4D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가상공간과 가상체험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보고 느낄 수 있게 됐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봄직한 상황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영화와 게임,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4D에 대해 알아봤다.
◆4D 체험해 보니
대구 동성로의 한 4D 체험관. 기자가 찾았을 때 조그마한 영화관 같은 체험 공간에서 10대 몇 명이 나오고 있었다. 모두 들뜬 표정이 가시지 않았다. 이곳을 찾으면 먼저 여러 프로그램 중에 자신이 체험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정한다. 눈으로 덮인 산을 질주하는 스노라이더,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우주전쟁, 수중에서 즐기는 아쿠아라이더 등 10여 종이 넘으며 주기적으로 프로그램이 추가된다. 귀신의 방 등 공포 프로그램도 4, 5종류 있는데 무더위에는 이 같은 공포 프로그램이 쏠쏠하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사장 강성우(57) 씨는 "프로그램에 따라 스릴 강도가 달라 찾을 때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체험하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꾸준히 인기 있는 스노라이더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컴컴한 공간 앞쪽에 커다란 스크린이 있고 놀이동산과 비슷한 탑승 기구가 설치돼 있다. 기구에 올라 3D 안경을 착용했다. 스크린의 설경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스크린이 달리는 것처럼 움직이자 라이더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눈이 덮인 산비탈을 달리자 나무들이 옆으로 휙휙 지나간다. 마치 실제 같은 기분이 든다. 라이더가 스크린에 나오는 장면에 맞춰 리듬감 있게 흔들리자 실감은 한층 강해진다. 어느새 몸과 라이더가 하나가 돼 눈 덮인 산비탈을 질주하고 있다. 수백m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하다. '와' 하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오르락내리락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 새 종료다. 속이 약간 메스껍기도 했지만 스릴만큼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가 부럽지 않았다. 강 씨는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다. 남자들은 속이 메스껍고 어지럽다고 하면서 잘 안 타고 여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른바 '4D 라이더'라는 새로운 개념의 게임기구가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4D 라이더는 지난해 처음 대구에 입성한 이래 1년 사이에 매장이 10곳 넘게 생겼다. 동성로를 중심으로 성서, 칠곡 등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브랜드도 맥스라이더와 슈퍼라이더, 제트라이더, 킹돔라이더 등 다양하다. 기계값은 상당히 비싸다. 강 씨에 따르면 4인용 라이더 한 대 가격은 1억6천만원 정도 하고 프로그램도 한 편당 120만원이나 한다. 업계에서는 4D 라이더가 새로운 게임 형태인데다 한 번 타는데 가격도 2천~3천원 정도로 저렴해 수요가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화관에도 4D 바람
요즘 국내 영화관 업계의 화두는 4D다. 4D 상영관이 관객들의 호응을 업고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4D 상영관은 지난해 1월 서울 CGV 상암에 처음으로 설치됐다. 이스라엘의 시네마파크사(社)로부터 10억원가량을 주고 관련 설비와 기술을 수입해 4D 상영관을 만든 것이다. 같은 달에 3D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상영됐는데 객석 점유율이 60~70%로 30%에 머문 일반 상영관 점유율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영화 속 주인공이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의자가 흔들려 마치 자신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강풍을 맞을 때에는 천장에 설치된 장치에서 바람이 나오며 번개까지 치는 등 여러 가지 특수효과 덕분에 호응이 높았다.
4D 영화가 결정적으로 관객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해 7월 공포영화 '블러드 발렌타인'이 4D로 상영되면서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살이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를 맡고 갑자기 눈앞에서 화염이 퍼지고 흉기도 불쑥 날아드는 체험을 하면서 4D의 재미를 실감한 것이다. CGV 이상규 홍보팀장은 "이전까지는 초등학생 등 일부에서만 관심을 갖다 공포영화를 통해 성인들까지 4D를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CGV는 국내 기술을 이용, 지난해 12월 서울 CGV 용산과 영등포, 강변 등에 4D 상영관을 추가했고 최근에는 대전과 부산에도 4D 상영관을 설치했다. 올해 중으로 대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10곳 이상의 4D 상영관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뒤질세라 롯데시네마도 최근 서울 청량리관에 4D 전용관을 설치, 4D 전쟁에 가세했다. 이 팀장은 "4D 상영관은 일반 상영관 요금보다 1.5배 정도 비싸지만 3D 영화의 느낌을 더욱 극대화하기 때문에 객석점유율이 일반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고 했다.
◆용도는 무궁무진
4D는 게임과 영화에서만 위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다. 홍보나 공연,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홍보 쪽이다. 4D 영상은 주로 시정이나 관광 홍보 등을 목적으로 시민들이 좀 더 실감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울산시 남구청은 지난해 11월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고래와 대왕오징어가 결투하는 장면을 담은 4D 입체 영상관을 설치해 입장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같은 달에 울산지방해양항만청도 울산 동구 일산동 유인등대인 울기등대에 4D 입체영상관을 갖춘 해양문화공간을 조성, 개관했다. 제주시도 세계자연유산센터 내에 4D 영상관을 설치할 계획이고 인천시도 연안부두 해양광장을 조성하고 인천의 관광자원을 홍보하는 4D영상홍보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공연에서도 4D가 시도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2010 유네스코 세계예술교육대회'에서 개막공연으로 '디지로그 아트'가 열렸는데 여기서 세계 처음으로 4D 홀로그램 사물놀이가 진행됐다. HD장비를 이용한 특수촬영과 안경을 쓰지 않고 감상하는 3D홀로그램으로 공연이 펼쳐진 것이다. 무대 스토리에 맞춰 관람객이 앉아 있을 때 공연장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공연 내용이 바람이 부는 장면일 경우 실제 바람소리가 들리는 등 특수효과를 추가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4D 기술이 몇 년 전부터 활용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곧잘 사용되는 4D 초음파영상 진단기는 정지된 영상이미지를 입체로 나타내는 것에 그치는 3D 초음파영상 진단기와 달리 신체 내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잡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아를 촬영하는 경우 어머니 몸에서 태동하는 모습 촬영이 가능하고 얼굴 윤곽은 물론 크기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2007년에는 캐나다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입체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케이브맨(Cave Man)이라는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밖에 4D는 건축이나 토목 등에서 사용되는 등 그 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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