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제원 = 셔터속도 1/500초, 조리개 8, ISO 2500, 24-70㎜ 렌즈.
지난 5월 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우사인 볼트. 9초58의 100m 세계기록을 보유한 총알탄 사나이의 발바닥은 어떤 모습일까. 며칠째 기회를 노렸지만 그의 경호원들은 좀처럼 근접을 허용하지 않았다. 찬스는 경기 마지막날 찾아왔다.
100m를 9초86에 내달린 그는 특유의 세레모니를 선보인 뒤 대구스타디움 트랙에 주저 않아 신발끈을 풀기 시작했다. 경호원의 제지를 무릅쓰고 재빨리 볼트 앞으로 다가섰다. 앵글 속의 볼트는 거리가 너무 멀어 좀체 사정권에 들어오지 않았다. 쪼그린 자세로 한발 한발 더 다가갔다. 더 이상 접근을 불허하듯 경호원의 손이 카메라를 막고 섰다. 볼트는 벌써 경기용 신발을 벗은 뒤 발바닥을 드러낸 채 곧 운동화로 갈아신을 참이었다.
파인더 속 발바닥은 여전히 그의 몸집에 비해 너무 작았다. 이제 몇 초 후면 그의 발바닥은 운동화 속으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조급해 졌다. 더 이상 접근도 어렵고 여기서 촬영하면 '볼트의 발바닥'이 아닌 '주저앉은 볼트' 사진이 될 판이었다. 고속셔터에 조리개를 조인뒤 감도를 높이고 연사모드로 바꿨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의 발 앞에 카메라를 내밀었다. 머릿속 앵글을 따라 따발총을 쏘듯 셔터를 눌렀다. 셔터소리가 채 멈추기도 전에 그의 발바닥은 운동화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작품은 두번 빼기로 완성된다
아래 사진은 24㎜ 렌즈로 촬영한 원화상이다. 광각을 사용한 이유는 렌즈 앞의 작은 소재(발바닥)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최대한 손을 뻗어 촬영했지만 거리가 있어 발바닥이 생각만큼 클로즈업 되지 못했다. 촬영에서 주제 표현이 부족하면 적절한 트리밍으로 보완할 수 있다. 불필요한 배경을 잘라내면(트리밍) 주제인 '볼트의 발바닥'을 좀더 부각시킬 수 있다.
카메라 시선은 발바닥에 닿아 있다. 주제에 카메라 눈높이를 맞춰야 주제가 살아난다. 발바닥은 주제, 볼트의 몸은 부제, 구경꾼과 경기장은 배경이다. 배경도 때에 따라 의미가 있지만 여기선 사족에 불과하다. 배경에 욕심을 내면 주제가 죽는다. 주제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배경을 최대한 앵글에서 빼내야 한다. 사진은 두 번 빼고 작품을 완성한다. 촬영 때 잡은 앵글로 한 번 빼고 촬영 후 트리밍으로 두 번째 빼서 완성한다. 사진은 뺄셈이다.
▶주제가 화면의 2/3가 되도록
촬영 현장은 마치 시장의 진열대와 같다. 어떤 물건을 고를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고르듯 주제에 맞는 대상만 골라 앵글을 잡아야 한다. 주제가 화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야 사진이 살고 힘이 넘친다. 느낌이 살아나고 감동이 묻어난다. 주제에 최대한 다가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 발 다가서면 사진은 두 배 좋아진다.
어디까지 뺄 것인가. 사진 아래 원화상처럼 구경꾼과 배경까지 모두 살리면 주제인 발바닥이 상대적으로 죽는다. 그렇다고 발바닥에 과욕을 부려 발바닥만 크로핑(cropping)하면 누구의 발바닥인지 실체가 모호해진다. 주제와 연결된 부제는 찐빵의 '앙꼬'와 같다. 과도한 트리밍은 사진을 망친다. 트리밍은 주제를 살리고 보완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결국 어디까지 뺄 것인가는 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주제가 분명하면 빼기도 쉬워진다. 때문에 촬영 전에 무엇을, 왜 찍는지를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사진은 자신의 생각을 찍는 것이다.
thkim21@msnet.co.kr
◆키워드
◇트리밍(trimming) -보완적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촬영한 사진 원화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나낸다는 말로 크로핑(cropping)이라고도 한다. 일부에서는 원화를 고집하기도 하지만 트리밍은 필수 과정이다.
트리밍을 잘하면 다소 부족한 앵글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트리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진이 180도 달라지기도 한다. 트리밍은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크롭툴(Crop Tool)을 이용하면 손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리밍에 너무 의존하면 사진이 늘지 않는다. 최고의 사진은 현장에서 찾은 최적의 앵글에서 나온다. 트리밍은 원고를 탈고하듯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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