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농가와 농협이 재고쌀로 몸살을 앓은 것은 오래전부터다. 재고가 쌓여있는 상태에서 햅쌀이 나오면 쌀값은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당장 올가을 벼 수매가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농민, 지자체, 농협 쌀 문제로 '초비상'
경북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쌀 수확기를 앞두고 재고쌀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상주의 재고 정부양곡은 2만6천248t이다. 모두 124개의 창고(농협창고 71개, 개인창고 53개)에 보관 중이다. 보관 능력은 7만9천46t인 데 비해 보관량은 2만6천248t으로 33%에 머물고 있다. 아직 보관할 수 있는 여력은 많은 편이다.
하지만 2005년도산 벼가 4천847t이나 재고로 쌓여 있는 등 내용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상태다. 창고에는 2008년도 중국 수입쌀과 지난해 태국과 미국에서 수입한 쌀도 26t이나 보관하고 있다. 현미상태인 중국 태국 미국산 쌀 3천786t도 보관돼 있다.
임주승 상주시 농정과장은 "쌀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데다 2년 연속 대풍으로 인한 쌀수급 불안정 및 가격 하락으로 농가소득 감소를 초래해 농민들의 영농의욕이 저하되고 있다"고 했다.
수매를 담당하고 있는 농협의 사정도 마찬가지. 23일 현재 경북도내에서 산지 쌀값(조곡 40㎏ 기준)은 4만∼4만1천원 선으로 지난해 가을 2009년산 벼 수매가 4만5천∼4만7천원에 비하면 10% 정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경북도내 대부분의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손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시중 쌀값을 종합하면 올 가을 2010년산 벼 수매 예정가는 40kg 한 포대에 4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농협 RPC 관계자들과 농촌 현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경북도내 A농협 RPC 관계자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쌀값이 폭락하면서 현재까지 경북도내 대다수 농협 RPC들이 규모에 따라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면서 "앞으로 정부 차원의 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RPC를 보유한 농협들이 쌀값 폭락에 따른 손실로 수년 내 문을 닫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뾰족한 대책 없는 게 가장 큰 문제.
올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선 대북 지원을 포함한 해외수출이나 식량이 부족한 저개발국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과잉물량을 국외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공공비축 매입량을 늘리고 RPC에 대한 벼 매입자금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쌀농가에 지원하는 직불금 제도가 있다. 직불금은 직접직불금(㏊당 74만원)과 시중 쌀값이 정부고시가격 17만83원(백미 80㎏ 기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85%(14만4천570원)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변동직불금이 있다.
올가을 농협 등이 2010년산 벼 수매가를 포대(40㎏ 기준)당 4만원으로 결정할 경우 농민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쌀농가들이 660㎡(200평)당 벼 40㎏ 13포대를 수확한다고 가정할 때 포대당 수매가 4만원에 정부가 지원하는 직접직불금 3천841원+변동직불금 1만2천82원을 합하면 5만5천923원이 된다. 즉 벼 한 포대를 농협에서 수매할 경우 실질적인 가격은 5만5천923원이 된다. 시중 쌀값이 떨어져 농협의 수매가가 낮아도 정부가 지원하는 직불금으로 농민들의 소득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중 쌀값이 떨어져 농협이 손실 등을 우려해 수매량을 줄일 경우에는 그 피해는 몽땅 농민들에게 돌아간다. 농협 외에는 마땅히 팔 곳이 없기 때문에 농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 밖에 정부가 쌀농가에 지원하는 정책은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쌀 대체작물로 콩과 가지, 옥수수 등을 심을 경우 장려금으로 660㎡당 2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다. 이 제도는 1㏊(3천평) 미만의 소농가와 마늘과 봄배추 등 2모작을 재배하는 농가들 외에 농사 규모가 큰 농가들에게는 외면당하고 있다.
실제로 의성 경우 올해 쌀 대체작물로 콩과 옥수수, 가지 등 150㏊를 재배하고 있지만, 1㏊ 이상 대농가들의 호응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는 콩과 옥수수 등 대체작물을 재배할 경우 조수익은 660㎡당 60만∼70만원으로 쌀농사와 별 차이가 없지만 대형화로 기계화가 된 쌀농사와는 달리 노동력이 많이 들고 기계화가 어려운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45) 의성군 의로운쌀 연합회장은 "정부가 직불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벼 수매가가 4만원 밑으로 떨어질 경우 재원 마련과 국제 규약 등으로 지원에 한계가 있고, 대체작물 제도 또한 대농가들의 외면으로 그 효과는 미지수여서 정부가 쌀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군위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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