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대구FC 구단주의 역할

프로축구 대구FC 구단주인 김범일 대구시장이 9월 4일 대구시민축구장에서 열리는 대구FC 홈 경기를 관전하러 경기장을 찾는다고 한다. '구단주로서 대구FC에 관심을 가져달라(본지 19일자 21면 보도)'는 부탁에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가능한 많은 공무원과 가족들이 이날 경기를 관전하도록 당부했다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구단주가 시 직원들과 함께 축구장을 찾게 돼 반갑기 그지없다. 구단주가 팀 경기를 보러 축구장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장인 관계로 경기마다 축구장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구단주인 시장과 시 공무원들이 함께하는 만큼 모처럼 대구시민축구장이 활기를 띠고 선수들도 큰 힘을 얻어 어느 때보다 좋은 경기와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가 된다. 기왕이면 정규시즌 홈 첫 승까지 거둬 승리의 기쁨을 구단주와 선수들이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경기장을 찾는 것으로 구단주의 역할이 끝나는 건 아니다. 대구FC는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만든 시민구단인 만큼 시민 주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구단을 만드는 것도 구단주의 몫이다. 구단주가 직접 모든 걸 챙길 순 없지만 따뜻한 관심과 현실적인 지원은 가능하다.

가뜩이나 힘든 대구시 재정 상황에서 대구FC에 '퍼주기 식' 지원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프런트의 긴축 재정과 흑자 노력이 먼저이고 필수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좋은 신규 사업을 만들고,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도 해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수 영입도 프런트의 몫이다. 그러나 매년 살림을 살 돈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성적이 나쁘다 보니 스폰서들은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것을 염려해 협찬을 꺼리고, 이는 운영난과 나쁜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단기간이라도 현재 수준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야구장 건립을 두고 야구팬들은 기대에 들떠 있다. 그럴수록 축구팬들은 소외받고 위축당한다. 대구FC는 전용구장은커녕 클럽하우스도 없다. 선수들은 경산 임대 아파트, 대학가 앞 원룸촌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잠자리를 해결하고,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 대구시민축구장, 강변축구장 등 자리가 비는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떠돌이 연습'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용축구장은 지역 축구팬들의 꿈이자 염원이다. 인천시처럼 민자 사업을 통한 전용구장 건립도 모색해볼 수 있고, 현재 대구시민축구장이나 대구스타디움 보조구장 등을 전용구장으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축구팬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는 것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시민 주주와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팬으로 가득 찬 전용구장에서 대구FC의 경기를 즐기고,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전용축구장에 입장하는 구단주 볼 날을 기대해본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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