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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저출산문제 해결에 큰 공로…'결혼이주여성' 세미나

삼본마츠 마사유키 교수
삼본마츠 마사유키 교수

지난달 부산에서 정신질환을 앓아온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베트남 이주여성 탓티황옥 씨가 결혼 일주일 만에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이주여성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모여 결혼이주여성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 이미원 수석연구원이 '대구 다문화가정의 삶과 현실'에 대해 기조발제를 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대구 결혼이주여성은 베트남, 중국 신부가 가장 많고 남편과 평균 7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트남 여성의 경우 남편과의 나이 차이가 커, 평균 15살 차이가 난다. 남편이 재혼인 경우도 22%나 됐다.

결혼이민자가족 실태조사 결과 결혼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배우자에 대한 정보가 절대 부족했다는 점이다. 결혼이주여성의 약 3분의 1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하고 있는데 배우자에 대해 미리 '충분한 정보를 얻었다'는 대답은 3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본 정보만 받거나 정보가 없이 결혼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충분한 정보는 원만한 결혼생활을 힘들게 만드는데, 결혼이주여성들은 부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직업과 건강에 대한 거짓 정보를 꼽았다.

결혼이주여성이 이혼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남편의 음주, 폭력과 외도의 비중이 26%로 가장 많았고 경제문제와 성격차이(16%), 문화와 가치관 차이(15%)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혼을 생각하는 남성은 그 이유로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42%), 성격차이(26%)를 꼽았다. 심층 조사 결과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시부모의 경제력으로 인한 간섭, 왜곡된 성관계 등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 외국인 실태는 어떨까? 2009년 현재 한국의 외국인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서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 현재 일본의 외국인 수는 22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에는 결혼이주여성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올라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는 등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일본계 브라질 노동자 문제가 현재 가장 큰 이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단순노동자로 이주해온 일본계 브라질인은 최근 경기불황으로 실업 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들의 자녀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이 1970년대 돈을 벌기 위해 중동으로 갔듯 일본은 수십 년 전 많은 노동자들이 브라질로 향했고 다수가 그곳에 정착했다. 1980년대 들어서 이들과 자손들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고 가족을 불러들이면서 일본계 브라질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본은 이들을 위해 1세대와 2세대 비자 면제, 노동시장 확보 등의 혜택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릿쿄 대학 커뮤니티복지학부 삼본마츠 마사유키 교수는 "일본에는 한국인과 중국인, 필리핀인, 베트남인 등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있지만 사실 이들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반면 한국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민관이 체계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에 감명을 받았으며 이는 앞으로 일본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일 연구원들은 결혼이주여성이 궁극적으로 저출산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과 한국은 저출산국가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자국민의 출산율은 낮은 데 반해 결혼이주여성들의 출산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결혼이주여성의 출산과 양육에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데에 합의했다.

'대구 다문화가정의 삶과 현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의 결혼이주여성 약 60%가 한국에서 자녀 출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중 77%는 자녀 출산 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이 출산 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산후조리, 신생아 돌보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양육에도 대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사교육비 부담이라고 답했다. 이미원 수석연구원은 "결혼이주여성 자녀의 언어발달 지체 및 문화 부적응은 학교 수업에서 이해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정서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때 교사들이 다문화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차별로 이어질 수 있고 소외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2세들에 대한 교육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에 한일 연구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가족복지를 전공한 긴조가쿠인 대학 하라 아야코 교수는 일본사회에서도 외국인 여성의 양육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전 사회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떠오르면서 양육 지원이 늘고 있지만 외국인의 이용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다민족사회'라는 말을 넘어 '다민족 공생'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다민족사회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삼본마츠 교수는 "한국에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무료 의료 지원 등 체계적인 지원책이 마련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일본은 아직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이 적어 법률적 지원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데 일본도 한국의 이런 정책은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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