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초대석]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이념대결 위한 싸움 안해…나의 노선은 '합리적 진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1974년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 2009년 불법정치 자금 수수 건은 그를 잠시 동안 묶었다.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온 그에게 정치판은 손을 내밀었다. 아니 스스로 찾아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손학규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의 목표는 손 전 대표의 당선보다 더 멀리 있다. 바로 야권 대통합이다. '손 전 대표 캠프'로 불리고 있는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머리는 온통 백발이었으나 눈빛은 여전히 강렬했다.

-최근 근황은?

▶손학규 상임고문을 돕고 있다. 조직·일정 등 닥치는 대로 다 한다. 오랜만에 일다운 일을 하니까 '엔도르핀'이 막 생긴다. 하지만 나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나라가 잘 되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

-정치 환경이 많이 변했다.

▶나 자신도 많이 변했다. 예전의 투사 이미지는 버린 지 오래다. 노무현 정권 때 국정에 관여하면서 국가 운영에 대한 노하우도 생겼고 책임감도 많이 배웠다. 이제는 이념 대결을 위한 싸움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달라진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이 잘 살 수 있을지 보다 실용적인 연구를 할 계획이다.

-진보 성향이 사라졌다는 말인가?

▶굳이 지금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다면 합리적 진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진보라는 개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이고 서민 정책을 제시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복지 분야를 얼마나 많이 발전시켜 왔나. 예전엔 복지의 '복'자만 꺼내도 좌파로 몰리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이제는 복지를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사회가 변한 만큼 진보의 가치와 이념도 변화·발전해야 한다.

-야권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이명박 정부가 너무 못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 의혹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듯한 행보를 하고 있다. 또 부자 감세 정책 등 친재벌-반서민 행보도 엿보인다. 서민들의 사회 안전망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정권 교체 욕구가 달아오르고 있다. 정권을 되찾기 위해 야권 대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것처럼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영남권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야권 대통합을 이끌 구동력만 확실하다면 범야권연대가 탄생할 수 있고 정권쟁취도 그만큼 가까워진다.

-야권 대통합의 추진 현황은?

▶현재 야권은 대통합이란 전제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추진 방법 등 세부적인 이견이 있을 뿐이다. 논의구조도 가시화되고 있는데 민노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일부, 그리고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통합 노력 기구가 발기인 대회를 준비 중이다.

-차기 대선구도는 어떻게 보는가.

▶19대 총선이 2012년 4월이고 대선은 12월이다. 대선 승리에 앞서 총선이 중요하다. 지금 민주당 주자 중에서 손 전 대표가 총선간판으로 가장 적합하다. 손 전 대표를 내세워 선거를 치를 때 총선 승리도, 지역당 이미지를 벗는 데도 유리하다.

-대구경북에 대해.

▶대구경북이 몰표를 몰아 준 한나라당이 지역을 위해 뭘 해줬는지 반문하고 싶다.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정치인들이 오만해져 있다. 30년 동안 한나라당은 독과점 정당으로 군림했다. 경쟁이 없으니 자극이 없고, 자극이 없으니 변화와 발전이 없어왔다.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을 위해서라도 야권 대통합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통합만 성사된다면 지역의 표심도 변할 것으로 확신한다.

서명수·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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