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능시험, 문제점 보완한 뒤 개편해야

친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이 교육과학기술부의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곽노현 서울 교육감은 이 개편안이 교육 현장을 황폐화시킨다며 첫 포문을 열었고, 강원과 전북 교육감도 이에 동조할 움직임이다. 이들은 다음달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기로 했다.

이들의 반대가 아니더라도 이번 수능 개편안은 많은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우선 모든 학교 교육이 국'영'수 중점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는 학교 교육이 추구하는 건전한 양식의 인간 양성이라는 근본 목적에 어긋난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나 수시 전형 확대를 통해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 입시 개편은 학교 교육을 죽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탐구과목 축소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현재 10여 개로 세분한 것도 문제지만 한 과목만 치르는 것은 한 번 더 학교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것이다. 수능시험에서 배제된 과목은 어차피 학생의 관심 밖이다. 이는 예'체능 과목에서 잘 드러난다. 예'체능은 필수이수과목으로 지정돼 있지만 이는 명목일 뿐이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저학년 때 몰아서 하거나, 이마저 관심이 없어 제대로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명분인 2번의 시험도 문제가 많다. 한 번의 시험을 실수한 학생에게 기회를 또 준다는 것이지만 2번의 시험은 수험생에게 큰 부담인 것은 분명하다.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도 문제이고, 2번의 시험에서 잘 친 과목을 골라 성적을 내는 것도 어딘가 불합리하다.

수능시험 개편이 한 번 이뤄지면 고치기가 어렵다. 그 사이에 많은 수험생만 피해를 본다. 또 언제, 어떻게 제도가 바뀔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보면 어릴 때부터 소질과 특기를 잘 살리기만 해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허구에 가깝다. 다음 정부가 정책을 바꿔 입학사정관제나 수시 전형을 줄이고, 탐구과목을 늘린다 해도 아무도 책임은 지지 않고 그 혼란은 고스란히 수험생의 몫이다.

정부는 문제가 많은 이번 수능시험 개편을 보류하는 것이 옳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반영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좀 더 수렴해야 한다. 또 자치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도 성향에 관계없이 정부의 잘못을 지적해 시행착오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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