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속의 인물] 조국을 배반한 스파이 가이 버지스

1963년 오늘 소련 모스크바에서 영국인 한 사람이 알콜중독으로 사망했다. 이름은 가이 버지스. 냉전 때 소련과의 첩보전에서 영국과 미국에 엄청난 손실을 입힌 케임브리지대 출신 5인조 스파이, '5인의 고리'(Rings of Five)의 멤버이다. 암호명은 '소녀'

1911년 영국 데븐포트에서 군 고위층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명문 이튼 칼리지를 거쳐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했다. 이 때 5인의 고리 멤버들과 깊은 우정을 쌓았다. 그 매개체는 동성애와 사회주의였다. 대학 졸업 후 타임스, BBC에서 일하다 외무부장관 헥터 맥닐의 보좌관으로 들어갔다. 이는 이념의 조국 소련을 위해 마음껏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대량의 국가기밀이 KGB로 넘어갔고 그 덕에 소련은 서방의 움직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볼 수 있었다. MI5와 MI6에서 암약하던 연인 관계의 동료 스파이 도널드 매클린(훗날 그는 버지스와의 동성애 관계를 부인했다)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1951년 함께 소련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소련은 이상향이 아니었다. 동성애도 문제가 됐다. 이미 대책없는 알콜중독자였던 그는 소련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알콜에 더욱 빠져들었다. 소련의 허상에 눈이 멀었던 부잣집 도련님의 인생은 이렇게 파탄났다.

정경훈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