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저하는 노화의 당연한 과정으로 생각해 왔다. 이 때문에 암이나 성인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노인 인구가 늘고 치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혹시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중노년 환자들이 늘고 있다.
◆뇌가 피곤할 때 건망증
최근 들어 65세 이전에도 기억력 장애 등을 보이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거나, 기억력은 멀쩡한데 성격이나 행동 이상을 보이는 전측두엽 치매의 보고가 늘고 있다. 즉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 '젊은 치매'가 늘고 있다는 것.
중노년기 기억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건망증이 있다. 30대를 거치며 인간의 뇌세포는 감퇴하기 시작한다. 뇌세포는 줄어드는데 복잡한 일상과 스트레스가 계속되다 보니 뇌가 피곤함을 느끼는 것이다. 쉬고 싶은 뇌는 일시적인 방편으로 정보 검색을 차단해 기억이 저하되는 현상을 보이는데, 바로 건망증이다. 즉 기억 창고 안에 있지만 정리가 안 돼 꺼내오지 못하다가 한참 뒤에(혹은 힌트를 줄 때) 생각난다. 그러나 건망증은 대개 일회적이며 무기력증처럼 하나의 증상일 뿐 질병은 아니다.
◆예방 가능한 치매 위험인자
치매는 정상 성인이 여러 원인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돼 예전과 달리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일상생활을 해내는 데 장애를 보이는 증상이다.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간 및 공간 개념의 저하, 계산력 저하, 성격과 감정 변화가 포함된다.
뇌세포의 퇴행성 소실로 이상단백질이 축적되는 알츠하이머병과 뇌졸중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가장 흔한 유형이다. 이 밖에 치료 가능한 치매도 있다. 전측두엽 치매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며 기억력의 장애는 경미하지만 이상행동(헛것을 보거나 공격적 또는 반복적 행동을 하는 성격장애)을 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많다.
치매는 유전적 요인 외에 예방할 수 있는 위험인자도 많다.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흡연, 심장질환 등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와 과다한 음주, 우울증, 스트레스, 뇌손상 등이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9.5~13%이며 80세 이상은 40%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 성인병 빈도가 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중년층의 치매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중노년기 기억장애는 건망증(?)
건망증과 초기 치매의 경우 증상만으로 명확히 구분하기는 힘들다. 건망증이 반드시 치매로 이어진다고 보지는 않지만, 기억장애가 반복적이고 점차 심해진다면 치매에 대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초기 치매의 경우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을 붙이기도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 의해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말을 듣지만 일반적인 인지 기능은 정상으로 일상생활의 수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전문적인 치매검사를 시행하면 나이나 교육수준에 비해 인지기능이 손상된 상태이다.
대개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후 연간 약 15%가량이 치매로 진행된다고 한다. 따라서 중노년기의 기억장애는 건망증 외에도 치매의 전 단계 혹은 초기 치매인 경도인지장애, 즉 '젊은 치매'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치매는 노인성치매(알츠하이머병) 외에 뇌졸중, 파킨슨병, 대사성 질환, 전측두엽 치매 등으로 생기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 혈액검사, 뇌 MRI 혹은 CT로 원인 질환들을 감별한다. 다음 단계는 신경심리검사(기억력 검사)이다. 실제로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치료를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
단순한 건망증이라면 특별한 약물치료는 없으며 메모를 한다거나 적당히 쉬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치매로 진단된 경우 인지기능의 향상과 행동치료에 세계적으로 공인된 약제인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하며 항우울제, 항정신병약제 등도 증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치매의 정도가 가벼울수록 치료 효과가 높아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고 환자와 보호자는 오히려 좋아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즉 치매는 암이나 성인병과 마찬가지로 원인에 따라서는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고 조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다. 그만큼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한 질병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이현아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