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가 지난 지 일주일가량 되었지만 여전히 덥다. 아니, 더운 정도가 아니라 진료를 하다보면 땀이 비 오듯이 하여 가운을 입고 있기가 버겁다.
처서가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기운을 느끼게 되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 하는데 요즈음 모기들은 이를 비웃듯이 입이 비뚤어지기는커녕 더 뾰쪽해진 것 같다.
최근 100년 전보다 대구의 여름일수가 14일 정도 더 늘어났다고 하니 유난히 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전 세계적으로 한쪽에서는 격심한 폭우와 다른 한쪽에서는 가뭄, 폭염 등이 나타나고 있어 라니냐 현상이나 제트기류가 거론되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토요일 오후에 약속이 있어 차를 가지고 가려다가 도로도 많이 막히고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지하철의 전동차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시원하였다. 너무 시원하여 몇 분 있으니 좀 춥다는 생각이 덜 정도였다. 별 생각 없이 전동차 안을 지켜보니 병원을 홍보하는 광고물들이 눈에 띄었다.
광고물 안의 의사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온화한 미소를 띠며 웃고 있었는데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모두 웃고 있는데 대부분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이었다. 아마도 사진 찍는 것이 어색하여 팔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몰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촬영하였으리라. 나 또한 사진을 찍을 때는 자주 팔짱을 끼곤 한다.
문득 다시 생각하니 환자를 대할 때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의 팔짱을 끼고 환자를 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짱을 끼고 본다'는 의미는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보고만 있다는 뜻이다.
나도 환자들의 고통과 불편, 어려움 등을 얼굴로는 듣지만 마음으로는 팔짱을 끼고 보고만 있지는 않았는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팔짱을 끼는 것은 나란히 있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옆 사람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는 일도 지칭한다.
아마도 치료를 한다는 것은 서로가 각자의 팔짱을 끼고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가 같이 팔짱을 끼고 완치라는 길을 걸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팔짱만 끼고 있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와 함께 마음의 팔짱을 끼고 치료하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성용(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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