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월 15일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은 반드시 온다."며 그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통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통일세를 공식 언급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통일세 도입 필요성과 방법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논란 또한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이 경우 조세 저항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통일세' 구상에는 지난 2월 방한했던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이 "한국이 독일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이 통일 이후에야 이런 세금을 뒤늦게 도입해 진통을 겪은 것을 우리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 내포된 듯하다.
타산지석은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신의 옥돌을 가는 데에 쓸 수 있다는 뜻으로, 본이 되지 않는 남의 말이나 행동도 자신의 지식과 인격을 수양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타산지석과 같이 한자 네 자로 이루어진 말을 일컬어 '사자성어'(四字成語)라 한다. 만사형통(萬事亨通'모든 것이 뜻대로 잘됨) 시시각각(時時刻刻'각각의 시각) 사필귀정(事必歸正'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감) 초지일관(初志一貫' 처음에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감) 촌철살인(寸鐵殺人'한 치의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으로, 간단한 말로도 남을 감동하게 하거나 남의 약점을 찌를 수 있음을 이르는 말) 침소봉대(針小棒大'작은 일을 크게 불리어 떠벌림) 등등….
앞서의 사자성어에서 글자를 한두 자 바꿔 만든 조어(造語)를 칼럼 등의 제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원래의 사자성어와 혼동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원래의 사자성어를 정확히 모르는 이들에게 잘못 전달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萬事亨通을 萬事兄通, 時時刻刻을 時視各角, 事必歸正을 思筆歸正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모든 일은 형(대통령의 형)을 통하면 된다는 식으로 짜맞춘 萬事兄通의 경우 잘못된 표기라며 독자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亨(형통할 형) 대신 兄(형 형)을 사용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으나 독자의 항의를 잠재우기에는 미흡했고 마음 한구석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의도된 사자성어를 사용할 때 훗날 '조어'가 고착되어 잘못 쓰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다 신중해야 할 것 같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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