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을 메고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과 자가용을 타고 편안하게 등교하는 학생들 가운데 누가 더 스트레스에 강할까? 미국 버팔로 대학 의학 연구팀은 등교 방법이 학생들의 스트레스 관리 능력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은 10~14세 사이의 남녀 40명의 학생들을 두 개 집단으로 나눠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됐다.
20명의 학생들은 학교에 자가용을 타고 등교하는 것처럼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10분간 교외의 풍경과 학교의 이미지로 끝나는 슬라이드 쇼를 지켜봤다. 반면 다른 학생들은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자기 몸무게의 10%에 해당하는 가방을 메고 스스로 선택한 속도로 1.6㎞ 걷기를 실시했다. 트레드밀을 걷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스크린으로 등굣길 풍경을 보여주었다.
시뮬레이션이 끝나자 두 개 집단 학생들은 20분간의 휴식을 취한 뒤 뇌의 인지조절력을 알아보는 스트룹 테스트를 받았다. 이 검사는 습관화된 동작을 의식적으로 파괴해 뇌를 피곤하도록 만들어 얼마나 견디는지를 보는 검사이다. 예컨대 '오렌지'라는 단어가 파란색으로 쓰여 있는 것처럼 색깔의 이름이 다른 색으로 쓰여 있는 것을 읽도록 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걸어서 등교한 학생들은 자가용을 타고 온 학생들에 비해 심장박동 수나 혈압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또 스트룹 테스트가 스트레스를 크게 유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운동이 일상적 학교생활에서 마주치는 인지적 스트레스에 대한 심혈관 반응의 완충역할을 한다는 게 연구진들의 분석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스포츠의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운동은 어떻게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고 심장을 건강하게 지켜줄까? 걷기 운동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변경시킨다. 즉 인지적 혼란이 있을 때 심방박동수를 조절함으로써 그것에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준다. 신체활동이 어린이들의 행복감을 지속시켜준다는 이전의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분석이다.
중간 정도 강도의 운동은 기분 상태를 개선시키고, 자기존중 의식을 높여준다. 그리고 불안감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운동의 역할이 운동 후 인지적 스트레스에 대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반응하고, 당황하지 않고 집중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학습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걸어서 등교하는 것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부에 쫓기는 학생들이 가장 값싸고 가장 단순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편안한 자가용 안에서 쉬거나 책을 읽으며 등교하는 것보다 조금은 고달프지만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걸어서 등교하는 것이 자녀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종균(운동사) meda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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