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르기 한 번에 스트레스가 확 사라져요."
태권도를 수련하는 가장 폭넓은 연령층은 초등학교 전후의 아이들이다. 태권도 동작이 멋있어 배워보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아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태권도가 성장기 아이들의 체력을 길러주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게 해줄 거라는 생각에 부모들이 앞장서 태권도장을 노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부모들은 태권도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남자 경우 군 복무를 통해 자연스레 태권도 유단자가 되지만 엄마들은 기합소리를 내며 절제된 동작을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낼 뿐 직접 태권도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바쁘다는 핑계와 격투종목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아예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태권도를 접한 엄마들은 발차기, 지르기 등 기본 동작과 품새를 익히면 곧바로 태권도의 매력에 빠져든다.
주부태권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 남구 대명동의 승리태권도스쿨. 이곳에서는 10여 명의 주부들이 매주 두 차례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23일 오전 10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마무리한 주부들이 도장에 한 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하얀 도복을 차려입고 앞뒤 간격을 맞추는 모습이 제법 수련생다웠다. 이날 수업에는 '맘스 클럽' 회원 18명 중 10명이 나왔다. 몸 풀기로 수업이 시작됐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하늘 은하수'의 동요에 맞춰 주부들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스트레칭을 계속했다. 승리태권도스쿨 곽무순 관장은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던 주부들이 갑자기 격한 운동을 하면 탈이 날 수 있다"며 "주부 수업에서는 율동을 곁들인 몸 풀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차려 자세를 갖추며 시작된 기본동작. 곽 관장의 구령에 잔뜩 기합을 넣은 주부들은 동작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다. 주춤서기, 몸통지르기, 아래막기, 얼굴지르기 등 동작이 반복될수록 기합소리는 계속해서 커졌다. 일렬로 줄을 지어 차례로 발차기를 할 땐 몸놀림이 제법 날쌨다.
주부들의 호기심을 끈 건 호신술. 치한이 왼쪽 어깨 부분을 잡았을 때 순간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빠져나오는 방법을 배울 땐 사뭇 표정이 진지했다.
이들이 태권도에 입문한 건 두 달 남짓. 이 태권도장에 수련생을 둔 엄마들에게 공짜로 태권도를 가르쳐 준다기에 일단 나서고 봤는데 요즘은 배움 열기가 자녀를 능가할 정도다. 정은영(38) 씨는 "집에서 동영상을 켜 놓고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해 보고 있다"고 했다.
주부태권도교실의 수련 내용은 일반 수련생들과는 다르다. 음악을 곁들인 스트레칭과 태권도 동작에 에어로빅을 접목한 태권 체조 등으로 진행된다. 무엇보다 유연성을 강조한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주부들에게 재미를 주면서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렇다고 태권도의 기본동작과 품새마저 변형한 건 아니다. 곽 관장은 "경직된 몸에 유연성을 길러준 뒤 시작하기 때문에 그 효과 면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수련 중인 주부들은 태권도를 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소득'을 얻었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정혜경(42) 씨는 "태권도를 한 지 두 달 만에 5㎏을 뺐다"며 태권도가 최고의 다이어트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특히 그녀는 예전에 오른쪽 어깨가 아파 팔을 제대로 들 수 없었는데, 요즘은 시원스럽게 팔을 들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조진경(39) 씨는 "동작마다 기합소리를 내다 보니 소심했던 성격이 활달해졌다"고 했다. 대부분이 찌뿌드드한 몸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곽 관장은 "별다른 도구 없이 맨손으로 하는 태권도는 운동부족으로 인한 몸의 균형과 자세를 바로잡아주기 때문에 운동효과가 크다"며 "폐 기능을 단련하고 근력을 보강시켜줘 생활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했다.
주부들은 아이들과의 대화의 끈이 생겼다는 것을 강조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정은영 씨는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의 눈높이 교육이 됐고, 미숙한 동작을 아이에게 배우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며 "아이가 태권도를 배우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월, 목요일)씩 두 달간 정성을 들인 덕분에 이곳 주부들은 이달 17일 승급심사를 거쳐 흰색 띠를 노란색으로 바꿨다. 주부들을 "검정 띠를 딸 때까지 열심히 수련해 내친김에 남편이 보는 앞에서 송판 격파까지 해보이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주부태권도교실이 지금까지는 원생을 둔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됐지만 내달부터는 일반 여성들에게도 개방된다.
대구 남구생활체육회(053-629-3597)는 내달 2일부터 두달간 매주 월, 목요일(오전 10시부터 2시간) 승리태권도스쿨에서 태권도와 호신술, 태권에어로빅을 일반 주부들이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강좌를 개설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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