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깜짝 등장으로 차기 대권 구도가 요동을 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21일 만의 조기 낙마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동반자로 40대인 김 후보자를 발탁하자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하고 있던 여권의 대권구도는 다자구도로 재편될 조짐을 보였다. 특히 '젊은 총리'가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과 더불어 젊은 대권주자군을 형성하면서 불기 시작한 '세대교체론'은 박근혜 대항마 이상의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김영삼-김대중의 40대 기수론과 같은 목소리를 낼 경우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박 전 대표는 구시대 인물로 밀려날 공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김 총리 후보자가 29일 후보를 사퇴해 박 전 대표로서는 젊은 주자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풀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최근 이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에서 한나라당의 정권재창출에 대한 협력과 공정한 경선 관리 약속을 이 대통령으로부터 받았을 것으로 관측돼 큰 소득을 올린 상태다. 박 전 대표는 김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김태호 낙마로 친이계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경우 김 지사 또한 박 전 대표와 함께 구세대 인물로 내몰릴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김 지사는 이 대통령이 꺼내든 '김태호 카드'에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쏘아붙였다. 그랬던 김 지사는 김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김 후보자의 낙마로 입지가 다소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 바람은 그의 존재 가치를 찾기 어렵게 할 위험성도 없지 않았다. 그의 한 측근은 언론과 접촉에서 "자유로운 경쟁 체제가 이뤄지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라며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득실 계산이 어렵다는 풀이다. 함께 세대교체를 부르짖으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동반자를 잃었다는 실(失)도 있고, 대권 경쟁자가 줄었다는 득(得)도 있다. 오 시장은 김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정치인이 자신이 보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에서까지 국민의 정서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 계기였다"고 촌평했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도 '김태호 총리-이재오 특임장관' 구도가 깨지면서 그가 맡게 될 정치적 역할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득실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힘겨운 청문회를 통과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은 득과 정치적 역할이 작아질 수 있는 실을 함께 맛보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