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래전략아카데미 출범 반년 만에 문닫나

대구이노폴리스포럼과 구성원 중복 "똑같은역할,차라리 경쟁보다 양보"

27일 오후 4시 대구경북연구원 18층 회의실. 미래전략아카데미의 하반기 운영과제 논의와 분야별 실무위원간 관련 아이디어 공유를 위해 '미래전략아카데미의 효율적 운영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계획대로라면 2시간 정도 회의를 한 뒤 만찬으로 이어지지만 이날 회의는 1시간도 채우지 않았다. 오히려 미래전략아카데미를 종결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미래전략아카데미는 올해 2월 대구경북의 과학기술 및 R&D 활성화로 지역 미래발전을 위한 전략 마련과 정책 대안 제시를 위해 출범했던 지역의 유일한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포럼이다. 그동안 대구경북의 대학, R&D 및 기업지원기관,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등이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 출범 6개월 만에 돌연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30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창립 발대식을 연 '대구이노폴리스포럼'(본지 26일자 15면 보도)이 '원인'이 됐다. 대구이노폴리스포럼은 대구연구개발(R&D)특구의 육성을 담당한다는 취지로 이날 출범했다. 이 포럼은 대구와 경산 지역의 정부출연연구기관·대학·기업지원기관·기업체 전문가 100여 명으로 구성됐다.

미래전략아카데미의 산파 역할을 했던 대구경북연구원 홍철 원장은 "도대체 대구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왜 자꾸 비슷한 '그릇'만 많이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좋은 '음식'을 어떻게 요리할까라며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답답해요. 올 연말 대구R&D특구 사업을 위해 대구이노폴리스포럼을 만들었다는데 구성원을 뜯어보면 80% 이상이 미래전략아카데미와 중복됩니다."

그는 "이래 가지고는 지역 R&D의 미래는 없다"고 우려했다. 쓴 소리는 이어졌다. "대구가 왜 지금껏 GRDP(지역내 총생산)가 꼴찌인지 아세요? '어떻게 하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나 여건을 마련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하지 않고 '자리나 하나 더 만들어볼까?', '누구에게 한자리 마련해줘야 하는데' 등의 쓸데없는 데에만 신경 쓴 결과이지요."

홍 원장은 앞으로 대구상공회의소와 협의해야겠지만 당분간 미래전략아카데미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했다. 똑같은 역할을 놓고 경쟁하느니 연간 1억2천만원의 대구시비를 지원받는 대구이노폴리스포럼이 창립된 만큼 이곳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생각에서다. "대다수 미래전략아카데미 구성원들이 앞으론 양쪽으로 불려다닐 처지가 됐다며 아우성이에요. 자기 일도 바쁜데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같은 일을 양쪽에서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잖아요."

대구이노폴리스포럼이 구미와 포항의 R&D 기관들을 제외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영남대 이재훈 교수는 "올 연말 정부로부터 지정될 R&D특구에 구미와 포항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이 지역 R&D 기관들을 몽땅 제외한 것은 잘못"이라며, "지금은 대구와 경북의 R&D 역량을 똘똘 뭉쳐 지역 R&D를 꽃피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중앙정부에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연간 2, 3%밖에 안 되는 정부의 R&D 자금이 지역에 더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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