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감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대교체를 기치로 40대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신선한(?) 총리 후보로 내세웠으나 '거짓말'이란 잣대에 걸려 넘어지자 청와대가 고민에 빠졌다.
총리와 장관을 임명하는 큰 잣대는 업무 능력과 도덕성이다. 도덕성 분야는 ▷전과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이중 국적 ▷투기와 자녀 교육 목적의 위장 전입 ▷논문 표절·또는 중복 게재 ▷음주 운전 등 10여 가지로 구체화된다. 여기다 이번에 김 후보자가 잦은 말 바꾸기와 거짓말로 물러나면서 기존 도덕적 잣대에 '정직'이 플러스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덕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기류다.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래 3번째다.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임명한 장상 총리 후보자는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 등으로 낙마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을 총리 서리로 임명했으나 역시 ▷위장 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렸다.
근대화가 최고의 가치 덕목인 시대를 살아오면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경중의 문제일 뿐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을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앞만 달려가다 보면 자기 성찰에 등한시할 개연성도 크다.
여기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은 총리직 제의에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0일 "능력이 있고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도덕적 잣대까지 충족시키는 인사를 찾기란 한강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라며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남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도덕적으로 깨끗하나 능력 없는 사람을 발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후임 총리로 청렴한 법조계 출신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국무총리는 경륜과 경험을 갖춰야 하는데 한 분야에만 오랫동안 있었던 분들이 이런 점에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며 "청문회 통과만을 목적으로 후임 총리를 내정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데다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가 주는 정치적 위상을 감안해 정치적 고려까지 더해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태다. 친박근혜계를 우대하지 않는 데다 야당과 타지역의 정치 공세에 밀려 고려대와 TK(대구경북) 출신 등을 우선 배제하다 보니 인재풀이 좁은 것이다. 박근혜·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강력한 총리감으로 꼽히지만 박 전 대표의 경우 수락 여부가 불투명하고, 강 전 대표의 경우 TK라고 공격당할까 걱정해 선뜻 선택하지 못한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정치적 공격에 연연하지 말고 유연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후임 총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경륜 있는 인사를 등용해야 할 것"이라며 "특정 지역이라고 배제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30일 "총리직은 오랜 기간 공석으로 둘 수 없으므로 적정기준에 맞으며 내각을 잘 이끌어 갈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의 사퇴에 따른 인사와 관련, 이같이 밝혔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는 현재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서두르지않고 적정한 시점에 인선할 것"이라고 밝혀 유인촌 장관과 최경환 장관이 당분간 업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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