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짬밥도 이거보다 낫겠습니다. 식당 운영자님, 직접 먹어보시고 이야기하시죠."
경북대 홈페이지 게시판'복현의 소리'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올해 3월 L씨는"밥 제대로 먹을 권리, 돈 낸 만큼 혜택 받을 권리가 당연한 것 같지만 포기했다. 더는 싸울 힘이 없어 기숙사를 나왔다"고 글을 썼다.
지난해 9월 BTL(건립 후 임대 방식의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문을 연 경북대 기숙사(첨성관)에 입주한 학생들이 기숙사 식사 질이 형편없다며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경북대 측과 학생들은 민간사업자 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간사업자가 반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군대 짬밥보다 못해요."
㈜보선건설이 지은 첨성관은 현재 이 업체가 최대 주주로 있는 '경북대 금오공대 생활관서비스'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20년간 수익권을 보장받았다. 최대 1천362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첨성관이 생기기 전까지는 경북대 생활관이 직접 기숙사를 운영해 왔으나 지금은 학교 직영 기숙사와 BTL 사업자가 운영하는 첨성관으로 양분됐다.
학생들에 따르면 이번 학기 첨성관 기숙사비는 110만원으로 이 중 식비가 58만원을 차지하고 있지만 식사 질이 아주 부실하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이달 9일 경북대 총학생회는 생활관 직영 식당 이용자 320명과 첨성관 식당 이용자 456명을 대상으로 '식사 만족도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학생이 각각 4%, 49%로 나타나 두 식당 사이에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첨성관 식사 질에 대한 학생 불만이 이처럼 높지만, BTL 사업자가 협약을 앞세워 버틸 경우 학교측은 제재할 방법이 없다.
◆업자가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
학교와 민간사업자가 체결한 실시협약서에 따르면 기숙사 운영과 관련, 개선 권한이 있는 성과평가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지만 이것마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평가항목을 바꾸려면 위원회 소속 위원 전원 합의가 필요하지만 11명의 평가위원 중 사업시행자 3명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이 때문에 첨성관은 지금까지 2차례 평가에서 모두 최고등급인'A'를 받았다.
경북대 생활관 하재영 실장은 "협약서에는 성과평가에 따라 운영비를 '차등지급'한다고 돼 있는데 이런 항목으로 제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성과평가 항목을 고치고 싶어도 위원들의 만장일치가 아니면 고칠 수 없기 때문에 손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 측은 식사 문제를 비롯한 기숙사 운영·관리를 위해 수익내역을 공개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하자고 제안했지만 사업자측은 협약서에 명시된 '의무사항'이 아니라며 거부하고 있다.
경북대 시설과 관계자는"식당 운영비와 빨래방 수익 등 상세내역을 공개하라고 해도 업체는 묵묵부답이다. 식당 운영 수익을 제대로 알아야 밥 문제를 해결할 것 아니냐"며 "기숙사 관리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하자고 10차례 이상 공문을 보냈으나 업체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했다. 경북대측은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자 측은 "학교가 계속해서 자세한 수익 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어떤 기업이 장사하면서 발가벗고 싶겠는가. 우리는 최대한 지출입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보선건설은 2006년 BTL방식으로 338억원에 첨성관 공사를 낙찰받아 기숙사를 완공해 학교 측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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