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철칼럼-지방도 잘 살 수 있다(21)] 신도시 건설, 이제 그만!

도시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다.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 사셨고, 지금은 내가 살고 있고, 앞으로는 나의 자녀들이 살아가야 할 소중한 생활터전이다. 도시는 공장에서 만든 TV나 냉장고처럼 쓰다가 싫증나면 버리고 새로 구입하면 되는 일회용 물건이 아니다.

균형발전을 국정 운영의 최고의 이념으로 내세운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위해 신도시 건설이라는 무기를 사용하였다. 중앙부처 이전을 위한 '세종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위한 10개의 '혁신도시', 그리고 지방에 기업 유치를 위한 6개의 '기업도시' 등 지방에만 모두 합해 17개의 신도시 건설을 계획'추진하였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한꺼번에 신도시 17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일이다.

참여정부의 신도시 건설 계획은 이뿐만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수도권 지역 신도시 건설에는 절대 반대였다. 그러나 참여정부 말기 서울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폭등할 때 부동산종합소득세란 초강력 진압 수단을 동원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은 수도권에 6개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지방에 17개, 수도권에 6개, 총 23개의 신도시 건설계획을 세웠으니, 노무현 대통령에게 '신도시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붙여도 무방할 것 같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고려왕조와 조선왕조가 도읍을 정하기 위하여 개성과 한양(서울)에 신도시를 건설한 적이 있다. 1960년대 이후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기업 육성을 위한 지방산업도시(울산'창원'구미 등)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반월(지금의 안산시) 신도시가 있었고, 1990년대 노태우 대통령이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분당'일산 등 5개 수도권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였다. 분당이나 일산 신도시가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건설된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던 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국가발전이 안정 궤도에 들어간 선진국에서는 신도시 건설은 특수목적이 있을 경우에 국한하고 있고, 건설한다고 해도 적어도 20~30년이 소요되는 것이 상례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하여 인구증가율이 대폭 감소하고 있고, 특히 지방에서는 수도권으로 인구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에 신도시를 17개나 동시에 건설하겠다는 것은 균형발전을 위한 의욕도 좋지만, 제대로 도시가 형성될지 의문이다.

현 상황에서 보건대, 세종시는 국회에서 재차 표결로 원안이 확정된 이상, 일부 정부부처 이전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혁신도시는 부산'대구'울산과 같은 대도시에는 그럭저럭 건설이 가능하겠지만, 기타 시'도의 경우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무리한 일이다. 차라리 기존의 지방도시 내 여유 토지에 공공기관을 이전했더라면 지금쯤은 성공적으로 이전을 완료하고, 균형발전의 성과도 맛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방기업 육성을 목표로 한 기업도시 건설도 중소규모의 산업단지 내지는 관광단지 형태로 추진했더라면, 큰 문제없이 잘 굴러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본질을 해친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지금 우리나라 중소도시의 구도심은 주민들이 신시가지 아파트로 생활터전을 옮기면서, 밤거리는 적막강산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시청 등 관공서나 버스터미널조차 시 외곽지로 옮겨간 도시의 경우, 구도심 상가지역은 낮에도 썰렁한 분위기다. 이와 같이 심각해지고 있는 도심 공동화 문제는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옮아가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 정부나 국민들은 신도시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지금 중국 상하이에서는 'Better City, Better Life'를 주제로 한 '2010 상하이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중국인민들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좋은 도시 만들기를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 도시화'산업화에서 우리보다 30년이나 늦게 출발한 중국도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정열을 퍼붓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10명 중 9명이 도시생활을 하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도 2만달러에 도달했으니, 도시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데 관심을 더 가져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중앙정부'지자체 할 것 없이 신도시 건설은 이젠 제발 그만하고, 국민들이 살고 있는 기존도시를 가꾸고, 구도심을 살리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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