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젊은 작가 캐릭터 통해 본 현대인의 모습은?

순진하면서도 악동 같은 아이의 눈망울, 반항적이고 폐쇄적인 표정은 두려움과 고독감, 반항심이 뒤섞인 현대인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순진하고 착할 것이라는 아이에 대한 기대와는 반대로, 칼을 쥐고 섬뜩하게 비웃고 있는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은 현대인의 마음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일러스트 작품은 미술을 비롯한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최근 한국 미술에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 중 이처럼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 '동구리' 캐릭터는 1972년생 작가 권기수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동그란 얼굴과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가진 동구리는 한국 불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캐릭터로, 흥겨운 한국적 팝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동구리 캐릭터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자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덕분에 권기수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 대만 등지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팝아티스트 이동기에게는 일본의 만화 캐릭터 아톰과 미국의 미키마우스를 섞어 만든 캐릭터 '아토마우스'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혼합물인 아토마우스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적 팝아트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해 왔다.

대구의 젊은 작가들에서도 캐릭터를 작품화하는 작가들이 눈에 띈다.

갤러리분도에서 전시 중인 '카코포니전'에서 박민경은 단발머리에 파란색 눈망울을 가진 중성적인 인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 캐릭터는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하고 가슴에 페인트 통이 박혀있는 모습을 띠면서 작가가 의도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평면뿐만 아니라 입체, 영상물로도 만들어졌다.

같은 전시회의 김도이는 '후추 없는 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먹으로 캐릭터화했다. 그 주인공은 축 처진 가슴과 엉덩이가 있는 여자의 몸이지만 얼굴은 지극히 중성적이다. 아끼는 강아지를 보내고 공허해진 작가의 마음은 깡마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표현된다.

갤러리신라의 뉴뉴 제너레이션전과 갤러리분도의 카코포니전에 동시에 선정된 전성숙 역시 자신을 푸른색의 캐릭터로 형상화했다. 캐릭터의 표정은 곧 작가의 심상을 반영한다. 가창창작스튜디오 서희주 큐레이터는 "최근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이나 졸업작품전에서 이 같은 일러스트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러스트적 작품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갤러리분도의 정수진 큐레이터는 "젊은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는 데 있어 캐릭터가 직접적이면서도 새롭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태어난 작가들이 어릴 적 일상적으로 접했던 일본 만화의 영향도 있다. 여기에 일본의 감수성을 반영한 캐릭터로 세계적인 작가로 성공한 나라 요시모토, 이동기, 권기수 등의 영향도 크다. 국내외 아트페어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미술시장에서 팝아트의 영향으로 일러스트적인 작품이 강세를 띠면서 작가들이 이를 선호하는 것.

김영환 작가는 이에 대해 "일본 만화를 보면서 자란 세대의 특징으로, 캐릭터가 자기 색깔을 표현하기 쉽기 때문에 젊은 작가들이 애용하는 것 같다"면서 "캐릭터는 한눈에 쉽게 와닿을 수 있지만 이를 뛰어넘어 깊이 있게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