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부터 국내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전국 350개 매장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판매하지 않는다. 환경부가 지난달 25일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클럽, 메가마트, 이마트 등 5개 대형 유통업체와 '일회용 비닐 쇼핑백(비닐봉투) 없는 점포'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대신 환경부는 소비자 불편을 덜기 위해 다양한 규격과 재질의 재사용 종량제 봉투를 제작해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를 쇼핑백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일회용 남용, 심각했다.
일회용 비닐 쇼핑백을 규제한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서 사용되는 비닐봉투량은 연간 160억 장으로 추정된다. 한 해 동안 국민 1인당 320장꼴로 사용될 정도로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는 것. 환경부 관계자는 "협약을 체결한 5개 유통업체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은 약 1억5천만 장에 달한다"며 "이번 협약으로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이 6천390여t 줄고 매년 약 75억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대신 쇼핑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 종량제 봉투를 낱개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쇼핑백 대용으로 사용한 뒤 가정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 재사용 종량제 봉투는 10·20·30ℓ 등 다양한 규격으로 제작되며, 무게에 의해 찢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두껍게 만들어 내구성을 높이고 손잡이를 부착해 운반이 쉽도록 제작된다. 가격은 기존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같다.
◆장바구니 할인제도는 폐지
기존에 시행 중이던 유상 판매한 비닐봉투를 되가져오는 경우에 대한 환불제도와, 장바구니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한 50원 현금할인 제도는 폐지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실 비닐봉투의 개당 가격은 50원보다 훨씬 싸지만 업체들은 비닐 쇼핑백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해 조금 비싼 가격에 판매를 해왔고, 대신 이를 되가져오면 50원을 환불해주거나 장바구니 이용 고객들에 대해 50원을 할인해주는 재원으로 사용해왔다"며 "하지만 일회용 봉투 판매가 중단되면서 재원 자체가 사라져 장바구니 현금할인 제도는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은 시민들의 장바구니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장바구니 이용 고객 일인당 50원을 할인해주고 있었다.
대형 마트들은 10월부터 일회용 비닐 쇼핑백의 판매가 중단되면 종이 박스 수요가 급증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현재 장바구니를 가져 오지 않은 고객들이 비닐 쇼핑백 다음으로 즐겨 애용하는 것이 '자율포장대'에 놓여있는 종이 박스인 것.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트에서 나오는 종이박스 개수에 한계가 있다 보니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 중"이라며 "앞으로 핸드캐리어나 부직포로 제작된 장바구니 등의 사은품 지급을 더욱 늘려 장바구니 이용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량제 봉투의 숙제
환경부는 '재사용 종량제 봉투'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종량제 봉투는 시·군·구별로 제작되는데다 판매 지역이 각 관할지역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거주지역은 다양하기 때문에 마트에서 특정 구청의 종량제 봉투만을 판매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A구에 거주하는 주민이 급한 사정으로 인해 B구의 마트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매했다면, A구에서는 대문 밖에 배출을 해도 수거를 해 가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재사용' 종량제 봉투라고는 하지만 소비자의 거주 구역에 따라 '일회용'으로 끝나버릴 수 있는 문제다.
환경부는 "이는 각 지자체 별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현재 서울시의 경우에는 올 초 25개 구청이 구입 지역에 상관없이 배출되는 종량제 봉투를 모두 수거해주기로 협의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아직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고려되고 있는 방법은 대형 마트에서 인접한 구의 종량제 봉투를 종류대로 갖추는 방법이다. 마트가 A구에 위치해 있다 하더라도 이용 고객 상당수가 B구 주민이라면 A, B구청의 종량제 봉투를 모두 취급하는 방법을 고심 중인 것.
서울처럼 배출지에 상관없이 수거를 하는 것이 가장 편리한 방법이지만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제도 도입의 취지가 종량제 봉투 판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 비닐 쇼핑백 사용 억제에 있는 만큼 시민들이 조금의 불편은 감수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더구나 대구의 8개 구·군의 경우에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하다 보니 쓰레기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을 놓고 구청 간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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