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기숙사 학생에게 피해 주는 게 기업의 도리인가

작년 9월 건립 후 임대 방식의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문을 연 경북대 기숙사(첨성관) 운영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기숙사 식사의 질이 너무 형편없다는 것이다.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어 기숙사를 나왔다"는 글까지 보인다. 오죽했으면 학생들이 보금자리를 떠날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첨성관은 보선건설㈜이 20년간 수익권을 보장받고 건립해 운영 중인 기숙사다. 경북대의 경우 대학 직영 기숙사와 BTL 사업자가 운영하는 기숙사로 나눠져 있다. 그런데 이번처럼 민간 투자 기숙사에서 운영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져도 사업자가 외면하면 방법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물론 학교와 민간 사업자가 체결한 실시협약서에는 성과평가위원회가 운영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규정이다. 위원회에 사업시행자 측 위원이 포함돼 있어 평가 항목을 바꾸려 해도 전원 합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는데도 첨성관이 그간 두 차례의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학생들이 호텔 수준의 식사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기숙사비 낸 만큼 대우를 받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요구이자 권리다. 그런데 사업자가 아무런 시정 조치를 않는 것은 학생들의 요구를 아예 묵살하겠다는 소리다. 운영권을 무기로 귀를 막는다면 학교는 상업주의에 물들 수밖에 없고 민간 사업자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안방까지 내준 꼴이 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도 어느 정도가 있다. 대학 측이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까지 검토 중이라면 이미 기업 윤리가 실종된 것이나 다름없다. 사업자의 횡포를 제지할 방법도 없이 계속 휘둘린다면 결국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BTL 사업 전반에 걸쳐 재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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