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김모(18·3학년) 군은 최근 대입 수시 상담을 하면서 학교와 갈등을 겪고 있다. 문과 최상위권인 김 군은 서울대, 연·고대 등 여러 대학에 원서를 내고 싶지만, 학교에선 "전교 10등 내의 학생은 서울대 수시만 지원하라"고 강권하고 있기 때문.
김 군은 연세대 수시 1차 논술전형과 고려대 1차 지역우수인재전형도 희망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정시 때 서울대에 갈 수 있다'며 만류한다고 했다.
김 군의 부모는 "정시에선 한두 문제만 더 틀려도 연·고대는 고사하고 그 밑에 대학에 가게 된다. 학교 말대로라면 수시를 포기하란 것과 마찬가지"라며 답답해했다.
대구 고교들이 수시를 배제한 채 정시에 올인하면서 재수생을 양산하는 등 수험생들에게 피해와 혼란을 주고 있다. 또 수시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지만 고교들이 수시를 외면해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관계기사 3면
본지가 25~27일 대구의 재수생 277명을 대상으로 2010학년도 수시 응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가 '고3 7월 이후부터 준비한다'고 응답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3년 내내 논술·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대비는 꿈도 못 꾼 채 정시에만 매달리다 결국 재수를 하거나, 뒤늦게 서울까지 가서 고액 입시 컨설팅을 받는 학생들이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수시 전략 부재는 재수생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2010학년도 대구 고교별 수능 응시자 현황과 학교정보공시사이트(학교 알리미)에 게재된 대구 66개 일반계고 재수생 비율을 분석한 결과 29개교가 전국 재수생 평균(19.3%)을 상회했다. 수성구 고교들은 재수생 비율 상위 10위 안에 6개교가 포함됐다. 경신·오성·경북·대륜고는 순서대로 1~4위를 차지해 이른바 재수생들이 입시 성적을 떠받치는 '4년제 고교'로 불릴 만했다.
경신고 경우 2009년 4월 기준 진학을 못한 졸업생이 163명이었지만 2010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학생은 322명이나 됐고, 대륜고는 109명에서 219명, 경북고는 134명에서 244명으로 재수생 수가 두 배 정도 늘었다. 한 고3 담당 교사는 "재수생이 많다는 것은 학교가 그해 입시에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특히 수성구는 수시 합격률에서 다른 구보다 크게 뒤지고 있다.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 합격자의 대구 구·군별 현황을 보면 수성구가 78명(45.1%)으로 달서구 57명(32.9%)에 비해 합격생 수에선 앞서지만, 지원자 대비 합격률은 수성구 경우 5.6%(전체 지원자 1천386명)로 오히려 달서구 8.6%(661명)보다 뒤진다. 비수성구의 한 고교 교사는 "수성구 고교들이 수시의 맞춤형 입시 전략에서 뒤처진다는 증거"라고 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서울에선 이미 학생들의 수시 스펙을 관리해주는'이력 관리 컨설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대구 고교에서는 수시 진학 열기가 없다"며 "수능 위주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피해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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