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기자의 사진토크] ⑧S모드와 A모드의 차이

#촬영제원=셔터속도 1/15초, 조리개 22, ISO 400, 70~200㎜ 렌즈. 셔터우선식(S) 촬영

사진은 셔터속도(빛을 받는 시간)와 조리개(빛을 받는 양)의 조합으로 촬영된다. 이 두 요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사진이 천차만별 달라진다. 셔터속도와 조리개의 특성을 제대로 알면 사진의 90%는 끝난다.

셔터속도와 조리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둘은 서로 반비례하며 적정노출(밝기)을 유지한다. 빛을 받는 시간(셔터속도)이 짧아(고속)지면 그만큼 빛을 받아들이는 구멍(조리개)이 커지는(개방) 구조다. 이를 보다 쉽도록 세팅해 놓은 것이 촬영모드다.

AUTO와 P는 자동, S(Tv)와 A(Av)는 반자동, M은 수동모드를 뜻한다. 자동모드는 셔터와 조리개를 카메라가 알아서 조절한다.

촬영은 편하지만 원하는 사진을 만들기는 어렵다. 수동모드는 둘 다 사용자가 설정한다. 생각대로 촬영할 수 있지만 자칫 실수하기 쉽다. 이 둘의 장점을 뽑아놓은 것이 반자동 모드다. 반자동 모드는 사용자가 하나를 설정하면 다른 하나는 반비례 관계로 자동으로 동조되는 방식이다.

▶동적 요소가 중요하면 S모드로

먼저 S(또는 Tv)모드는 셔터 우선식이다. 셔터속도만 내 맘대로 설정해 촬영하는 방식이다. 조리개는 레버를 돌려도 말을 듣지 않는다. 조리개는 적정노출에 맞게 자동으로 동조된다.

셔터는 빛을 받는 시간을 조절함과 동시에 움직이는 물체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S모드는 동적 요소가 강한 촬영에 적합하다.

셔터속도 하나만 조절해 움직이는 피사체를 순간포착(고속)하거나 불빛 궤적(저속), 패닝(저속), 스피드감(저속) 등을 손쉽게 촬영할 수 있다. 이때 조리개는 자동 변환되므로 심도(초점이 맞는 범위)도 함께 변한다. S모드에서 심도는 종속변수다.

▶심도가 중요하면 A모드로

심도가 중요한 촬영이라면 A(또는 Av)모드가 훨씬 편리하다. A모드는 조리개 우선식이다. 조리개 레버만 조절해 촬영하는 방식이다. 셔터속도는 카메라가 알아서 반비례로 동조된다. 셔터속도는 종속변수다. 조리개(빛구멍)는 빛의 양을 조절하면서 동시에 초점이 맞는 범위 즉 심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A모드는 조리개를 우선 조절해 아웃포커스, 팬포커스 등 심도를 자유자재로 표현하기 위한 세팅이다.

조리개와 심도는 어떤 관계인가. 10대의 차량이 일렬로 있다고 하자. 조리개 2.8로(빛구멍을 크게) 5번째 차량에 초점을 맞추면 나머지 앞뒤 차량은 거의 흐릿하게 촬영(아웃포커스)된다.

조리개 숫자가 낮아질수록 초점영역이 짧아져 심도는 얕아진다. 반대로 조리개 22로(빛구멍을 아주 작게) 5번째 차량에 초점을 맞추면 2~8번째 차량까지도 초점을 맞춘 것처럼 선명(팬포커스)해진다. 조리개 숫자가 높아질수록 초점영역이 넓어져 심도는 깊어진다.

사진은 총선 때 운동원들이 출근길에서 선거운동하는 장면이다. '움직이는 차량'을 표현하기 위해 S모드(셔터우선식)에서 1/15초의 저속셔터를 우선 설정했다. 조리개는 적정노출을 위해 22까지 자동으로 높아져 심도가 깊어졌다.

이 사진의 생명은 차량의 속도감이다.

심도는 다소 얕아져도 무방하다. 물론 A모드에서도 조리개를 22로 설정하면 똑같은 사진이 나온다. 하지만 셔터속도를 맘대로 설정할 수 없어 차량 속도감 표현이 불편해진다. S모드는 동적 묘사에, A모드는 심도 묘사에 강점이 있다.

thkim21@msnet.co.kr

◆키워드-조리개 숫자

빛의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f)는 2.8, 4, 5.6…11, 16, 22 등 숫자로 표시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빛구멍은 작아진다. 18~200㎜ 줌렌즈에서 렌즈밝기가 3.5~6.3이라는 뜻은 18㎜에서는 3.5까지 개방할 수 있지만 200㎜에서는 6.3까지만 개방된다는 뜻이다. 소형 카메라의 경우 조리개 최대 숫자가 11 또는 14까지만 표기된 것도 있다. 숫자 범위가 넓을수록 좋은 렌즈다. 노출과 심도 관용도가 그만큼 넓다는 뜻이다.

조리개는 렌즈 속에 장착돼 마치 사람의 눈꺼풀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바늘에 실을 꿸 때 실눈을 뜨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조리개를 조이면(빛구멍을 작게 하면) 초점이 맞지 않는 주변부도 선명해지는 것이다. 눈꺼풀이 조리개라면 눈을 깜박이는 시간은 셔터속도와 같다. 카메라는 사람 눈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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