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들여다보기] 목적성 뮤지컬-軍뮤지컬

연예 병사 활용, 군장병들의 사기 진작과 대외 이미지 제고 효과

◆ 성황리에 공연 마치다

대한민국에 막강 캐스팅 파워를 자랑하는 새로운 제작사가 나타났다. 섭외 자체가 힘든 배우들을, 그것도 저렴한 개런티로 뮤지컬에 출연시키는 제작사, 바로 국방부이다. 6'25 전쟁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국방부와 한국뮤지컬협회가 공동 제작한 뮤지컬 가 지난달 29일 성황리에 서울 항해를 무사히 마쳤다.

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흥남부두 철수 중 40명 탑승이 가능한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1만4천 명의 고귀한 생명을 구출해낸 실화 '흥남 철수작전'을 다룬 작품이다. 현역 복무 중인 국군 장병들과 연예 병사, 전문 뮤지컬 배우와 국내 최고의 제작진이 참여한 초대형 창작뮤지컬로 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하다. 연예 병사로 배우 이준기가 처음 뮤지컬에 데뷔했고 주지훈, 김다현 등의 연예 병사와 윤공주, 문종원 등 전문 뮤지컬 배우,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현역 장병 40여 명이 배우로 출연했다. 제작진으로는 '명성황후'의 윤호진 대표가 총감독을 맡았고 뮤지컬 '화려한 휴가'의 권호성 연출,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유희성 예술감독 등 국내 최고의 스태프들이 이 항해에 동승했다.

국방 홍보원 소속 이준기는 이등병 신분으로 막내답게 연습을 제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최종 리허설을 하던 중 무대 세트인 배의 철 구조물에 이마를 부딪쳐 50바늘이나 꿰매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날까지 열연하는 부상 투혼을 보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육군 특전사령부 소속의 배우 주지훈(주영훈) 일병은 이후 두 번째 뮤지컬에 도전했고, 육군 50사단 소속의 김다현(김세현) 일병은 뮤지컬계 꽃미남 스타로 다양한 작품 경험이 있는 배우이다. 몇십만원의 출연료(월급)로 이런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한다는 것은 그들이 현역 장병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군에서 만든 뮤지컬은 가 처음은 아니다. 2008년에 건군 60주년 기념 뮤지컬 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당시 군복무 중이던 안칠현(예명 강타)과 배우 양동근, 재희 등이 참여해 화제가 됐는데 2000년 DMZ에서 발생한 이종명 중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군인 아버지와 신세대 아들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었다.

◆기획의도가 명확한 목적성 뮤지컬

군이 직접 기획 제작한 대국민 뮤지컬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시도로 군대 선진화에 있어 세계적 모범 사례를 만든다는 군의 도전 정신과 기획 의도가 숨어 있다. 이처럼 군이 뮤지컬을 제작하는 이유는 종합무대예술인 뮤지컬을 통해 군 장병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의식주 차원의 병영복지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예술적 차원의 병영복지로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군의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군과 사회와의 문화적 격차를 좁히고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과 일반 국민들이 군을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리고 평소 뮤지컬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장병들에게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미래 관객 확보를 통한 뮤지컬 시장 확대라는 뮤지컬계 전반에 미치는 긍적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군에서 제작한 뮤지컬은 군 장병들의 사기 진작과 군의 대외 이미지 제고라는 명확한 목적성을 가진 목적성 뮤지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목적성 뮤지컬의 성공 여부는 작품성을 바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뮤지컬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색하지 않게, 얼마나 세련되게 대중들에게 전달하면서 감동을 이끌어내는가에 달려있다. 계몽에 가까웠던 군 홍보 다큐멘터리 '배달의 기수'나 국군 홍보영화 등 일방적 전달방식에 비해 관객과 직접 소통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군 뮤지컬은 분명 이전 군에서 제작된 문화예술 콘텐츠에 비해 진일보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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