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선식품지수는 7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1% 상승을 기록한데 이어 8월에는 20.0%까지 뛰어올랐다. 2004년 4월(22.4%) 이래 6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 물가는 7개월째 2%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밥상 물가가 치솟으면서 체감 물가 상승률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상인과 고객 모두 한숨
1일 오후 찾은 대구 서문시장. 한 노점에서 발길을 멈춘 손님이 복숭아 가격을 묻더니 "복숭아 6개 1만원"이라는 상인의 말에 발길을 돌렸다. 상인 김모(59) 씨는 "요즘은 가격이 안 오른 과일이 없다. 마진을 줄이고 싸게 내놓으려 노력을 해봐도 '비싸다'며 그냥 돌아서는 손님이 많아 요즘은 벌이가 시원찮다"고 혀를 찼다. 친구집에 가는 길에 수박 한 통 사려고 시장에 들렀다는 이국선(62·여) 씨는 가격이 2만5천원이라는 말에 "차라리 음료수나 한 통 사가야겠다"며 되돌아섰다.
배추와 무, 상추 등의 가격은 '폭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지난해에 비해 2배 정도 가격이 치솟다보니 손에 쥐었다가도 그냥 내려놓고 돌아서기 일쑤다. 김치가 떨어져 재료를 장만하러 나왔다는 주부 강지선(55·대구 중구 남산동) 씨는 "돌아가는 길에 대형마트에서 포장김치나 사아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 씨는 "지난주 마트에 갔더니 채소 가격이 너무 비싸 일부러 전통시장까지 찾아온 건데 여기서도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식구가 많아 한두 포기로는 어림도 없으니 차라리 사먹는 편이 식비를 줄일 수 있겠다"고 했다.
식당에서는 치솟는 채소값에 재료비 비중이 커져 울상이다. 김치는 아예 '금(金)치'가 됐고 상추, 깻잎, 오이 등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야채 좀 더 주세요"라는 손님의 요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지경인 것. 한 식당 종업원은 "요즘은 예전에 비해 손님상에 내가는 반찬 수도 1, 2종류 줄이고 양도 줄였지만 마진이 예전같지 않다"며 "상추와 깻잎을 더 달라는 손님들에게는 차라리 실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 물가 2% 안정세? 현실은 달라!
대구의 한 백화점 식품관을 통해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한 신선식품 25개 품목의 물가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40%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선식품 물가는 최근 몇 달 사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21%나 뛰어오른 것으로 조사된 것.
현재 과일 중에서는 수박이 지난해 같은 기간(9월 1일)과 비교해 190%나 뛰어올라 2만9천원에 팔리고 있었으며, 사과 가격도 38% 상승해 한 상자(15㎏)에 6만6천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해 1천80원이었던 무(한 개)는 8월 초 2천400원에 거래됐지만 이달에는 2천760원까지 뛰어올랐다. 부추 한 단은 지난해와 비교해 2배가 뛰어 4천원, 지난달만 해도 850원이었던 오이 1개 가격은 1천500원으로 치솟았다.
'특가 판매'가 잦은 대형마트의 실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1일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25개 품목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55%나 오른 것으로 집계된 것. 지난해 개당 700원에 팔렸던 애호박은 2천280원으로 225% 상승했고, 시금치 한 단은 1천880원에서 2천980원, 한 봉에 330원이었던 팽이버섯은 480원으로 인상됐다.
대구백화점 식품매입팀 이상현 과장은 "올초 이상 저온과 여름 폭염이 농산물 작황 부진으로 이어져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산지에서도 생산면적이 줄어들고 날씨의 영향으로 배추나 무 등 채소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힘들어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안정, 가능할까?
정부는 2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하반기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실 시장 관계자들은 신선식품의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염, 태풍,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면서 작황이 좋질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뜩이나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은데 최근 국지성 호우와 태풍이 자주 반복돼 산지 출하 상황이 좋지 않다"며 "기상 상황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농산물 가격이 당분간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구나 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격 상승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추석 단대목이 임박하면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한 식품 가격이 한층 더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 주부 이임선(42) 씨는 "시어머니와 함께 추석 제수를 미리 싸게 장만해 두려고 시장에 나와봤는데 워낙 가격이 많이 올라 걱정"이라며 "예년에는 30만원 정도를 차례상 비용으로 사용했는데 올해는 턱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일 낸 '주요 농축산물 추석물가 동향과 전망'에서 "올해 추석이 작년보다 10일쯤 빠르고 개화기 저온 피해의 영향으로 9월 사과·배·단감 출하량이 10∼17%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랭지배추나 무 역시 각각 6천500원(10㎏), 1만3천원(18㎏)대로 작년보다 높고, 저장량 감소로 마늘 가격은 6천원(1㎏), 양파는 1만8천500원(20㎏)으로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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