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친환경 탈거리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 탈거리들은 100년 넘게 이어오던 '운송 수단=유류 사용'이란 등식을 깨트리고 있다. 바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유소에 가지 않아도 되고 비싼 기름값에 한숨 짓지 않아도 된다. 휴대폰처럼 필요할 때마다 가정용 전기에 코드만 꽂으면 충전이 가능한 편의성까지 갖추었다. 미래 운송 수단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친환경 탈거리들을 소개한다.
◆ 신개념 탈거리 '세그웨이'
포항에서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강동길(37) 씨는 8년 전 인터넷을 통해 '세그웨이'라는 운행기기를 알게 됐다. 두 바퀴로 달리는데도 넘어지지 않은 것이 신기하고 가까운 거리는 여러 모로 쓸모 있어 보였다. 1천만원이 넘는 가격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을 많이 가졌지만 다른 사람들이 잘 갖고 있지 않다는 희소성을 생각해 과감하게 구입했다.
강 씨는 주로 세그웨이를 레저 목적으로 사용한다. 그는 "세그웨이는 분리가 되기 때문에 자동차에 싣고 여행하러 다닌다"고 말했다. 또 가끔 주차하기 힘든 관공서나 동네 인근에 갈 때도 타고 다닌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강 씨는 "타고 있으면 몸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낀다. 일반 자동차나 자전거 등에서 느껴보지 못한 매력이 많다"고 만족해 했다.
2001년 미국에서 개발된 세그웨이는 우선 독특한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크게 나누어 두 바퀴와 발 받침대, 손잡이로 이뤄진 구조로 사람이 앉는 것이 아니라 서서 움직인다. 특이한 외관만큼 장점도 많다. 한 명이 서서 타기 때문에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 자동차나 자전거가 갈 수 없는 사무실, 엘리베이터, 사업장 등 사람이 갈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운행이 가능하다. 액세서리에 따라 통근용이나 레저용, 창고용, 경찰용, 골프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편리한 충전과 저렴한 운행비도 세그웨이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가정용 전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충전이 가능하고, 일반 전자제품처럼 콘센트에 연결해 충전하면 최대 38㎞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료를 계산하면 1㎞ 가는데 겨우 1.38원이 들어갈 만큼 효율성에 있어서는 최강이다.
이뿐 아니다. 세그웨이는 별도로 가속기나 브레이크가 없다. 몸의 진행방향에 따라 전진이나 후진이 가능하다. 몸을 앞으로 또는 뒤로 기울이면 움직이는데 기우는 각도에 따라 속도도 달라진다. 세그웨이를 세우려면 몸을 똑바로 하면 된다. 이런 작동법 때문에 세그웨이는 마치 스키를 타는 것처럼 재미와 스릴도 준다. 세그웨이코리아 임성균 차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1분만 익히면 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그웨이의 치명적인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한 대에 1천만원을 호가한다. 웬만한 경차 가격과 맞먹는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급은 제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00여 명 정도가 세그웨이를 타고 있는데 주로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외국에서도 주로 투어용이나 관공서 보안용 등으로 많이 사용된다. 임 차장은 "특히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에서는 세그웨이가 놀이기기의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서울 남산과 서울대공원 등에서 투어용 목적으로 시범 운행된 바 있다. 이용자 강 씨는 "세그웨이가 300만원대만 돼도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앞으로 여러 회사에서 저렴한 세그웨이 모델을 내놓는다면 대중화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했다.
세그웨이는 내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 조직위원회에서 이미 2대의 세그웨이를 구입해 놓았고 향후 추가 대여나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유럽 대회에서는 이미 진행요원들이 세그웨이를 타고 경기를 진행한다. 진행요원은 넓은 경기장을 왔다갔다 하는 일이 많아 세그웨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산 탈거리 트라이웨이'전기자동차
전기자전거의 변형된 형태인 '트라이웨이'라는 운행기기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에버랜드 등 놀이동산과 비발디나 대명콘도 등 리조트 등에서 레저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트라이웨이는 두 바퀴로 움직이는 세그웨이와 달리 세 바퀴로 움직이지만 타는 사람이 서 있다는 면에서 닮았다.
2006년 국내에서 개발된 트라이웨이는 전기자전거와 원리가 비슷하다. 전기모터를 통해 움직이는데 무엇보다 저렴한 운행비가 특징이다. 6시간 충전하면(1천~1천500원) 40㎞ 정도를 탈 수 있다.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핸들 바에 위치한 버튼을 통해 움직이고 발 부근에 페달이 달려 있어 가속기와 브레이크 역할을 각각 한다. 속도는 저속'중속'고속으로 모듈이 나뉜다. 각 모듈은 속도를 제한해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그 이상 속도가 나지 않도록 해 놓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18㎞가량이다. 또한 자전거처럼 기어를 부착해 10도 정도 경사진 길은 무난히 올라갈 수 있다.
트라이웨이의 가격은 125만원 정도로 일반 스쿠터와 비슷하며 세그웨이처럼 기동성이 좋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는 세우려면 시간이 걸리는 반면 트라이웨이는 멈추고 그냥 내리면 된다. 현재 미국 사이판 경찰청에 납품도 하고 있다. 생산업체인 스마트가이 이종상 대표는 "당분간은 렌터나 리조트 분야에 판매를 주력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용도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는 친환경 탈거리의 대표주자다. 미래 운송수단으로 인식되면서 국내외에서 개발과 출시가 활발하다. AD모터스는 이달 중순쯤 자체 개발한 저속전기차 '체인지'를 출시할 예정이다. 체인지는 최근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 진행된 성능 평가도 통과했다. 체인지는 최대속도 시속 60㎞까지 주행 가능한 차량으로 일반 가정용 전기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AD모터스측은 "4, 5시간 충전하면 최장 120㎞ 정도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저렴한 운행비가 장점이다. 한 달에 1만~2만원 정도면 충분한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차량 가격은 2천만원선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향후 정부보조금 지원 등이 이뤄진다면 가격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앞서 CT&T는 지난 3월 '이존'이란 전기차를 출시해 판매 중이다. 2인승 모델로 한 달에 1천500㎞를 주행했을 때 전기료가 1만원 내외로 연비가 좋다. 배터리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압축의 경우 1천500만원대, 리튬 차량은 2천400만원대다. CT&T는 "현재까지 관공서를 중심으로 100대 정도 판매했는데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대중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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