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하회·양동마을 정비, 세계문화유산 격에 맞아야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7월 말 등재 이후 한 달여 만에 하회마을에는 20만 명이 찾았고 양동마을도 예년과 비교해 관광객이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마을이자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인해 하회'양동마을에 대한 국내외 관광객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문화유산은 그만큼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서 역사와 문화를 보고 전통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야 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반면에 관광객 증가에 따른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등재 효과만을 따지고 상황 논리에 떠밀려 유산 자체는 물론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주시가 최근 임시 주차장'화장실을 확충하고 마을 진입로 확장, 우회도로 정비, 홍보관 건립 등을 위해 문화재청에 340억 원의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명목에서다. 물론 관광객 불편 해소를 위해 일정한 정비는 불가피한 일이지만 문화유산뿐 아니라 주변 경관도 손을 대면 댈수록 원형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원형 훼손은 철저히 막고 많은 사람들이 문화유산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종합적인 관리 계획을 세운 후에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골목길 하나, 나무 한 그루라도 변형되고 다친다면 세계문화유산의 격과는 멀어지는 것이다. 여주보와 주변 도로 건설 등 무차별한 개발로 인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 위기까지 맞고 있는 '조선왕릉'의 사례를 교훈 삼아 하회'양동마을의 정비는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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