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거짓말의 재미와 대가

양치기 소년의 내용과 중국 주나라 마지막 왕인 유왕의 애첩 포사의 일화는 거짓말을 경계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양치기 소년은 늘 늑대가 왔다는 거짓말을 한 대가로 양떼를 모두 늑대에게 빼앗긴다. 포사의 웃음을 보기 위해 거짓 봉화를 올렸던 유왕은 결국 견융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나라는 망했다. 거짓말에 따른 재미는 있었지만 한 개인이 파멸하고, 나라가 망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거짓말은 대개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 양치기 소년과 포사의 예에서 보듯 심심해서 거짓말을 한 것이 버릇이 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아이들은 대개 어릴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의 꾸중이 두려워 거짓말을 시작한다. 이리저리 어수룩하게 변명한 것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거짓말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 조금씩 습관이 되는 것이다. 약간의 가책이 없진 않지만 거짓말이 주는 은밀한 재미에 푹 빠져 점점 큰 거짓말을 하게 되고, 앞뒤 정황을 모두 꿰맞추기 위해 빈틈없는 알리바이도 만든다.

거짓말은 때때로 참인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너무 잦게 거짓말을 하다 보니 자신도 속아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첫 거짓말 때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했던 것과는 달리, 뻔뻔스럽고, 당당해진다. 양심은 무시되거나, 거짓말에 길들여진다. 조직폭력배가 아무리 폭력을 휘둘러도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모든 거짓말은 양날의 칼이다. 상대방을 베기(속이기) 위해 휘두른 칼이 언젠가는 스스로를 찌르게 되는 것이다.

총리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낙마했다. 그 자리를 욕심내지 않았으면 결코 들통 나지 않았을 습관적인 거짓말과 거짓 행동을 보인 끝에 추한 모습으로 퇴장당했다. 거짓으로 부나 명예를 쌓았는지는 몰라도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부적격자 천거에 대한 책임론이, 야당에서는 낙마시킨 것에 대한 축배의 노래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좀 다르다. 일시적인 분노, 그리고는 밋밋하다. 누구를 데려다 놓아도 '그 나물에 그 밥'임을 경험상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어차피 비리가 없는 사람이 없는데 나라만 시끄럽게 한다며 청문회 무용론을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낙마 뒤 흐르는 분위기도 묘하다. 끝없이 드러나는 거짓말을 봤으면서도, 청문회가 너무 높은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고, 그 결과가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청문회라면 누구도 도덕성 검증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어떤 인사는 결정적인 의혹이 없는 인재의 낙마를 대통령이 막아주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이를 뒤집으면 사람은 누구나 허물이 있게 마련이니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야 한다는 말과 통한다. 이 적당한 선은 자녀를 위한 위장 전입이나 재산 증식을 위한 약간의 부동산 투기 정도는 용인해도 괜찮다는 뜻인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도 이 적당한 선은 늘 있었고, 이번에도 함께 청문회를 거친 일부 인사는 실정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지만 무사히 통과했다.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온갖 비리가 난무하다 보니, 비리의 경중을 서로 비교하고, 약한 비리가 묻히는 것이 당연하게 보이는 것이다. '절대'인 도덕성의 원칙을 '상대'로 바꾸어 우리 자신을 느슨하게 풀고 있다. 그리고는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허울을 씌워 합리화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자가당착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하지 않아도 될 거짓말을 하는 이는 염치를 모르는 것과 같다. 이러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를 모두 법대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나라를 이끌어 갈 고위직에까지 앉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 인재가 없음을 탓할 필요는 없다. 없는 것이 아니라 키우지 못하고, 자라지 못한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력과 권력을 탐하게 하는 사회의 자업자득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가 아닌 절대 도덕성의 원칙을 곧추세우는 것뿐이다. 그래야 떳떳하게 자라는 아이들에게 도덕적인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

鄭知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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