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에 가면 잘 보존된 양반마을이 두 곳 있다.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마주보고 있는 영해면 괴시리와 창수면 인량리다. 이 가운데 내륙 쪽으로 더 들어간 곳에 자리잡은 인량리는 나라골로도 불린다. 인량리는 예부터 어진 분이 많이 난다고 해서, 나라골은 마을 뒷산의 지형이 학(鶴)이 날아갈 듯한 형국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충효당(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168호) 등 사대부가들의 고택들은 대부분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유교적 전통이 뿌리 깊은 곳이죠. 국내에서도 드물게 한 마을에 8성씨 12종택이 있었으니까요. 제가 인간의 가치 판단을 따지는 법학을 전공한 것도 가풍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뿐 아니라 박사가 많이 배출된 걸 보면 명당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이동률(52)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필명도 '안택정로'(安宅正路)이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구절로 인(仁)과 의(義)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인은 평안한 주거, 의는 사람이 가야 할 바른길에 비유한 것으로 곧 사람이 살 곳과 나아갈 곳을 이른다.
"어떻게 보면 저는 타고난 백면서생(白面書生)인가 봅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입학 이후 학교 울타리를 떠나본 적이 없거든요. 심지어 병역도 대학 내 학군단에서 근무했습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지요. 젊은 학생들과 함께 하다보니 마음은 늘 청춘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서 학생들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솔직히 저희가 대학 다닐 땐 사회 분위기 탓에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로스쿨 학생들을 보면 눈빛이 살아 있습니다. 덕분에 교수들 사이에서도 강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요즘 현실이잖습니까?"
한국민사소송법학회 연구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민사소송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사소송의 당사자론'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대학 교과서를 써야 유명해지고 돈도 벌텐데 이론서만 쓰다보니 내세울 게 별로 없습니다. 한국 재판사를 꼭 연구해보고 싶었는데 학생들 가르치느라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그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통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통일 이후 북한에서 주민들을 위한 봉사에 나서는 일이다. "제가 정년은퇴할 때쯤이면 한반도가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든, 벽돌을 나르는 일이든 북한사회를 제대로 이끌어줄 자원봉사자가 많이 필요할 겁니다. 보기에는 이래도 저도 궂은 일 잘 합니다. 허허허."
공직에 몸담았던 선친의 권유로 코흘리개때부터 형제들과 대구로 유학을 나와 '자립'한 그는 명덕초교·영남중·계성고를 거쳐 건국대를 졸업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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