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김희국 국토해양부 제2차관

"대구, 고속철·4대강사업 성공시켜 내륙도시 벗어나야"

의성이 고향인 김 차관은 청로초, 의성중, 경북고,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의성이 고향인 김 차관은 청로초, 의성중, 경북고,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제가 차관에 임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선배 기수인 행정고시 23회 출신들도 많은데 저를 발탁했다는 소식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뜻밖의 기회라서 아직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직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차관에 임명된 지 보름이 넘었지만 김희국(53) 국토해양부 2차관은 자신의 승진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도로·철도·항만·해운·항공·해양·물류를 총괄하는 차관으로서 아직까지 충분한 내공을 쌓지 못했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하지만 김 차관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이 같은 자세는 지나친 겸손 같기도 하다. 해운항만청에서 처음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고속·광역철도, 수송·도로·해운 정책 등 국토부 내에서 접해보지 않은 분야를 찾기 힘들다. 특히 대구국도유지건설 사무관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을 거쳐 지방행정에서 밝다. 그래서 김 차관의 이력을 잘 아는 동료들은 "오랜 세월 전문 분야를 두루 거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김 차관은 뜻밖이라고 하지만 그의 승진은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청와대는 2009년 초 4대강살리기기획단을 구성하면서 단장에 당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2급)이던 김 차관을 내정하고 기획단장의 격을 차관급으로 승격시키려 했다. 하지만 2급이 순식간에 차관에 임명되는 것을 내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반대했고 결국 그는 한 직급 승진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따라서 정부와 청와대의 뜻대로라면 김 차관은 이미 2009년 차관으로 승진했어야 했다.

김 차관의 업무 철학은 의외로 간단했다. 정부와 국민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그의 보충 설명을 들으니 어렵고 복잡한 부분을 오랜 고찰 끝에 단순화시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물가로 인도할 수는 있으나 물을 떠먹일 수는 없듯이 이제 국토 정책은 추상적'관념적 정책에서 벗어나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정책을 펴서 국민들 스스로 활용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 같은 정책의 기본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국토개발은 교통의 결절점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단독으로 개발되던 철도·도로·항만 등이 패키지로 연결돼 복합 수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예를 들어 대구의 경우 동대구역-버스터미널-공항 등이 유기적 관계로 얽혀 고속철도-버스-비행기 수송 이동을 자유롭게 연계할 때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지역 관련 현안을 물었더니 김 차관은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담당 사무관에게 직접 전화한 것이다. 경부선 미확장 구간과 대구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에 대해 도로교통과 직원에게 물었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경북고속도로 미확장 구간 중 영천-언양 간 구간은 BC분석을 위해 타당성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 구간은 번번이 BC 분석 결과 사업성이 낮다고 나온 곳이라서 기자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또 대구외곽순환 도로와 관련해선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지천-동대구 구간은 현재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중이라는 말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전화를 끊은 김 차관은 "대구외곽순환도로가 자꾸 지연되고 있어 지역 발전이 안 된다"며 걱정했다. 대구시의 장기적 플랜을 위해서는 시급한 사회간접자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김 차관은 또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을 거론하면서 지하철 스크린 도어 설치 등에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1년 이후 건설된 지하철은 건설 비용에 스크린 도어 설치비가 포함돼 있고 그 이전에 건설된 지하철이라도 서울의 경우 민자로 재원을 충족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2001년 이전에 건설된 대구지하철은 민자로 하려 해도 투자할 곳이 없어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향후 교통 개발의 중심은 자동차보다는 철도와 해운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대구경북도 고속철도 및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 내륙 도시를 탈피하고 훌륭한 교통 문화 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성이 고향인 김 차관은 청로초, 의성중, 경북고,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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