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널뛰기 장세' 불안한 증시 탈출, 돈 몰리는 채권시장

국내외 주식시장이 널뛰기를 거듭하면서 채권이나 채권형 펀드 투자로 돈이 몰리고 있다. 불안한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이 낮은데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채권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이 상승하거나 금리가 오르면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경제 상식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채권으로 몰리는 돈

3일 채권 시장은 ~~로 장을 시작했다. 채권시장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02%로 전날보다 0.04% 포인트 하락하고,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3.60%로 0.05%p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4%p 내린 4.38%, 1년물 금리는 0.01%p 하락한 3.17%로 각각 마감했다.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 7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주춤했던 채권형 펀드에 다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세계 경제가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27일 현재 채권형 펀드에는 9천215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올 들어 채권형 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3조7천915억원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서는 10조3천424억원이 빠져나갔다.

채권형펀드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지면서 채권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호한 경기회복세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중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최근 들어 오히려 금리가 빠르게 내리면서 채권의 매력이 부각된 것. 여기에 외국인과 국내 기관이 '사자'에 나서고 있어 채권시장의 강세는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자는 해외로, 외국투자자는 한국으로

국내 투자자들은 불안한 증시를 피해 투자위험이 낮은 해외 채권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8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6일 설정된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는 출시 4개월 만에 설정액이 2천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최근 1주일 사이에 1천억원이 모집됐다. 국내에서 가장 큰 채권 펀드인 얼라인스번스타인의 'AB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 펀드도 8월 26일 현재 6천521억원이 설정됐고, 1년 수익률은 23.52%를 기록 중이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템플턴글로벌증권모투자신탁(채권)'(1년 수익률 11.58%)과 '프랭클린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1년 수익률 15.62%) 등도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그동안 소외됐던 해외 채권 펀드가 최근 들어 급성장한 데는 위험회피형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고 있는 탓이다.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 중 위험회피자금은 예금으로, 위험선호자금은 랩어카운트로 이동한 가운데 예금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 펀드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동수 피델리티 펀드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 증가로 인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회피 심리가 강화되는 한편 기대수익률은 시중금리의 두 배 정도인 10%대로 하락하면서 최근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격적으로 국내 채권 투자로 몰려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8월 30일까지 채권시장에서 6조5천136억원(결제기준)을 순매수했다.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49조원에 이른다. 이는 주식 순매수 금액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체 보유잔고 75조2천805억원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6.9%로 확대됐다. 이는 한국 시장이 차익 거래 이점이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국가 재정이 건전하고 원화 강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내외 금리차를 노린 단기적인 재정거래에서 장기투자로 변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채권형펀드 투자는 단기로

전문가들은 채권형펀드의 인기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이 안정적인 경기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은행도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서서히 가져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투자보다는 단기 투자가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가격 부담이 높아진데다 하반기 경기지표가 호전되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지표물 금리는 200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따라서 3분기 기업 실적 개선과 함께 경기 지표가 상승전환하면 채권 자산의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금리의 하향안정 추세에 맞춰 당분간은 채권형 펀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지만, 주요 매크로 지표의 변화에 관심을 두면서 언제든 탄력적인 비중조절을 할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해 놓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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