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대구서 새 마라톤 스타 탄생할것" 황영조 기술위원장

대구에 마라톤 국가대표 훈련캠프…황영조 한국 마라톤 기술위원장

(사진)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한동안 침체됐던 한국 마라톤이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 자신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사진)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한동안 침체됐던 한국 마라톤이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 자신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 이상을 노리는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단이 대구를 찾았다.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총감독)을 비롯한 남자 17명, 여자 8명 등 35명의 마라톤 대표팀은 보름간 대구 인근인 경산에 머물며 내년 대회 때와 같은 날짜와 기후 등 동일한 환경에서 마라톤 코스를 달리며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1일 경북체고에서 황영조 위원장을 만나 내년 대회 메달 전망과 대표팀 선발 기준 등을 들어봤다.

-내년 대구 대회에서 마라톤은 우리나라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가장 큰 종목이다. 메달을 딸 수 있나.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기록상으로 세계 수준과 격차가 큰 게 사실이고 마라톤이 코스와 날씨, 당일 컨디션, 상대 선수 등 변수가 많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해보자'는 선수들의 의욕이 넘치고 목표와 꿈을 가지고 준비하기 때문에 홈그라운드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만하다. 대구에서 2년 연속 2시간 8, 9분대 좋은 기록을 낸 지영준 등 기존 선수와 마라톤에 입문할 예정인 전은회, 백승호 등 신예들이 가세, 경쟁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대구에 훈련 캠프를 차렸는데.

▶대구 날씨 및 코스에 적응하고 더위에 강한 선수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내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국내에서 가장 무더운 대구에서, 여름 막바지에 열리기 때문에 대회 마라톤 코스를 직접 달리며 적응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대구 훈련은 대표 선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날씨가 더우면 25㎞, 30㎞쯤부터 급격한 체력 저하가 나타나는데 대구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는 내년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여자 선수들을 중심으로 내년 대회 마라톤 코스 중 30㎞를 달리며 연습했고, 5일엔 남자 선수들을 중심으로 40㎞ 훈련을 한다.

-기술위원장을 맡은 뒤 대표팀 훈련 및 팀 운영에 특별히 중점을 둔 게 있나.

▶기존 소속팀 훈련에서 대표팀 합동 훈련 체제로 바꾼 것이다. 경쟁력 있는 선수가 모여 함께 경쟁하며 훈련해야 발전할 수 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먼저 훈련 분위기가 좋아졌다. 소속팀에선 가장 앞에서 팀을 이끌었던 에이스가 대표팀에선 맨 앞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경쟁심이 발동하고 훈련에 나서는 마음가짐과 태도도 달라졌다. 선의의 경쟁 속에 훈련 분위기가 좋아지다 보니 기록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10년 기록을 놓고 봤을 때 올해 선수들의 기록 수준이 상당히 좋아졌다.

합동 훈련은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 등 성향도 파악할 수 있어 대표팀 선발에 좋은 참고가 된다. 또 소속팀 차원의 훈련에선 하기 쉽지 않은 도로 40㎞ 훈련도 할 수 있어 실전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된다. 선수들의 몸 상태나 체력 등을 분석·비교하는 스포츠 과학에다 영양·생리학적 측면 등 다방면으로 접목해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도 있다.

-대표팀 최종 선발 기준에 특별한 게 있나.

▶단순히 기록만 보고 대표선수를 선발하지는 않겠다. 훈련 과정과 결과, 더위를 이기는 능력 등이 중요한 선발 기준이다. 물론 기록을 참고하지만 훈련 과정 및 결과, 더위 적응력 등을 추가해 높은 비중을 부여할 것이다. 대표팀 엔트리를 일찍 결정해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년 대회 직전까지 끝까지 지켜보고 경쟁시키면서 훈련 과정과 결과, 회복 상태가 모두 좋은 선수를 최종 선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올봄부터 내년 봄까지 작성한 선수별 기록이 대표팀 선발에 기준이 되긴 하지만 1, 2분 차이가 나더라도 더위에 강하고 훈련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선수를 최종 선발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지금까진 봄에 좋은 기록을 낸 선수를 그냥 대표로 뽑았다. 그런데 봄, 가을 대회 땐 기록이 좋은데 여름에 약하면 내년 대회 출전 선수로선 적합하지 않다. 또 일찍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다 보니 정작 시합 직전 몸이 안 좋다며 시합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이는 긴장이 풀려 준비를 끝까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는 언제 결정되나.

▶대회 직전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겠다. 지금 대표팀은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구성돼 있다. 올 12월 전후 2011 대회 대표팀을 꾸려 훈련을 시작한 뒤 내년 봄까지 이어가다 내년 4월 대구국제마라톤대회 후 대표팀을 1차로 추리고 7, 8월쯤 훈련한 결과와 기록을 토대로 다시 남녀 각각 7명으로 줄인 뒤 대회 직전에 최종적으로 남녀 5명씩을 결정할 계획이다.

-선수 시절 올림픽 금메달을 따며 국민에게 큰 기쁨을 줬다. 지금은 총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경험 등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게 있나.

▶한국 마라톤이 바닥까지 왔다. 지하실까지 내려가야 할 상황에서 감독과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마라톤 대표팀 총감독을 맡은 뒤 선수들의 기량이 성장하는 등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술지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신감 부여다. 고지에 사는 아프리카 선수들을 이기려면 강한 의지 등 정신력과 훈련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도 바로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다. 나는 일본에 30년 뒤처진 상황에서 모두 '안 된다'고 할 때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꿈꾸고, 결국 해낸 사람이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 효과가 배가 된다. 나의 최대 임무이자 목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선수를 내년 대회 출발선에 세우는 것이다. 이후 결과는 하늘의 몫이다. 내년에 대구에서 새로운 마라톤 스타가 탄생할 것으로 믿는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