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뮤지컬·오페라축제, 예산 축소로 존폐 기로

지방홀대·행정편의주의 발상…대구시 전략부재도 한몫

'공연중심 도시' 대구를 상징하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과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예산 확보의 불투명성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본지 1일자 1, 3면 보도)은 정부의 지방 홀대 시각과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대구시와 행사 관계자들의 전략 부재도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두 행사의 현황을 보자. 올해 11억원을 국고에서 지원받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4회를 치렀다. 매년 유료 관객 수가 5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대구를 '뮤지컬 도시'로 만들고 있다. 4년간 연인원은 유료 관객만 약 20만 명이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과 중국 둥관 등과는 정기적인 교류 공연의 성과를 거두었다. 8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역시 고급문화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지난 7년간 관객 13만 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축제 역시 독일과 중국 등 해외 초청 공연을 가질 정도로 성장했다.

◆기준 없는 행정편의주의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대구를 대표하는 양대 축제는 1억~3억원 정도가 지원되는 중소도시나 각종 단체 주최의 소규모 행사와 같은 부류로 취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뮤지컬축제와 오페라축제는 문예기금 지원 사업 가운데 '지자체 공연예술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등재돼 있다. 여기에는 전국의 크고 작은 지자체가 신청한 각종 행사들이 망라돼 있다. 제목으로는 모두 '국제'나 '축제', '제전', '페스티벌' 등을 붙인 것들이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정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축제와 페스티벌 남발로 내실이나 실효성도 없이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인 비중에서도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대구의 양대 축제가 정부의 지자체 주최 각종 문화행사의 '일제 정비' 대상에 포함되는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정부의 획일적인 잣대가 기준도 없이 전체 행사에 일률적으로 적용된 탓이다.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대구의 전략 부재

대구의 양대 축제가 지자체 주최 문화행사 공모제라는 큰 흐름에 휩쓸려 버린 데는 대구시나 행사 관계자들, 더 나아가서는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정부의 지자체 문화사업 공모제 추진 움직임에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피하기 힘들다.

실제로 올해 15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계속해서 국고 지원을 받게 됐다. 올해 지원 예산 규모는 대구의 양대 축제를 합한 19억원보다 적은 15억원이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는 대구의 두 행사처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국 소관 예산의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문화콘텐츠산업실 소관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공연이 아닌 영상이라는 이유에서다. 문화계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정부의 예산 지원만 받으면 같은 규모의 시비를 투입해 행사를 치른다는 안이한 자세를 견지해오다 위기를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근본 원인은 물론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행사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획일적인 행정 행위에 있다. 하지만 대구시와 행사 관계자들이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미처 대응 논리를 갖추지 못하거나 대 정부, 대 국회 로비에 적극적으로 나서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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