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의 입지가 요즘 말이 아니다. 2003년 아시아 신기록인 56개의 홈런을 때리며 그해 최고의 예우를 받으며 일본 프로무대에 뛰어들었지만 일본행 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니 급기야 2군으로 추락했다. 올해 일본프로야구 최고 연봉인 6억엔(84억원)을 받은 그이지만 시즌 성적은 타율 0.173에 5홈런, 11타점이 전부다. 팀내 입지는 약해졌고, 무한 신뢰를 보냈던 하라 감독도 믿음을 거뒀다.
이승엽은 올해를 끝으로 요미우리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요미우리와의 재계약 불발시 새로운 선택을 해야하지만 앞길이 순탄치 않다. 야쿠르트, 요코하마 등 타 구단 이적설이 흘러나올 만큼 일본에서 이승엽의 가치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자존심엔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상당한 몸값 하락을 감수해야할 처지이기 때문. 지금 입지라면 이승엽으로서는 몸값을 낮추더라도 주전 경쟁의 부담을 더는 팀으로 이적해 재도약의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다.
국내 복귀의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초라한 모습으로 국내야구로 돌아오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국내복귀는 사실상 일본에서의 실패를 의미하기에 이승엽 개인으로 봐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국내에 복귀한다면 친정팀인 삼성행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삼성 이외의 구단이 이승엽을 영입하려면 일본 진출 직전인 2003년 그가 삼성에서 받은 연봉(6억3천만원)의 최대 450%(28억3천만원)를 보상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시점이 좋지 않다. 여전히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승엽을 자랑스러워하는 많은 팬들이 있지만 이승엽이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 리빌딩을 하고 있는 삼성에서 확실한 자리를 보장받을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삼성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형 선수'를 받아들일 경우 포지션이 겹치는 채태인, 조영훈 등 젊은 선수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달라진 환경 적응도 쉽잖다. 이승엽과 함께 운동한 선수는 진갑용·박한이 정도 뿐이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이승엽이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사 돌아와도 자리가 없다"고 했다. 일본 무대를 경험한 선 감독 입장에선 후배가 쫓기듯 돌아오지 않고 일본에서 당당히 명예를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이 서려 있지만, 한편 수년에 걸쳐 세대교체를 통해 모범적 팀재편에 성공한 삼성으로선 이승엽 복귀가 반갑지만은 않다는 방증이다.
다행히 이승엽이 3일 74일간의 2군 생활을 끝내고 1군에 복귀했다. 주변환경을 생각하면 이승엽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한신에 1.5경기차로 뒤진 요미우리는 마지막 반격을 노리며 그를 다시 불렀지만 많은 기회를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타나 대수비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고, 선발 출장한다 해도 이른 시일 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할대에 허덕이다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국민타자로 부활한 이승엽, 그가 거취와 관련된 마지막 기회에서 또 한번의 홈런을 때려낼 지 주목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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