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꾸중이 사라지고 있다. 잘못을 저질러도 꾸짖지 않으니 아이들은 혼란스럽고 공중도덕, 배려, 자기책임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 이런 예는 흔하다.
공중목욕탕에서 40대 초반의 아버지와 초등학교 저학년쯤 돼 보이는 아들이 목욕을 한다. 아이가 물장난을 치다가 뒤에 앉은 60대 어른의 몸에 물이 튀었다. 60대 어른이 '왜 아이를 단속하지 않느냐?'고 나무라자 40대 아버지는 '물 튀는 게 싫으면 공중탕에 오지 말고 집에서 혼자 목욕하시오'라고 대꾸했다. 결국 고성이 오가는 다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가 공중도덕을 배울 수 없다.
장난을 치다가 다친 아이가 엄마와 함께 병원에 왔다. 아이가 울어대자 젊은 엄마는 '미안해, 울지 마. 엄마가 잘못했어'라며 아이를 달랜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다급한 마음에서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다'고 말했겠지만 아이는 제가 부주의해서 다친 것도 엄마 잘못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이 병원 의사는 "엄마들은 흔히 아이가 울면 무조건 '엄마가 미안하다'며 아이를 달랜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자기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엄마 탓으로 돌리기 마련이다"고 염려한다.
◇꾸짖지 않는 이유
아이들이 잘못을 해도 어른들이 꾸짖지 않는 이유는 뭘까. 부모들 중에는 친구 같은 아버지와 엄마가 되기 위해, 아이를 기죽이지 않기 위해 웬만하면 꾸짖지 않는다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 중에는 가르치기 위해 꾸짖는데 부모의 항의를 받는 바람에 아예 꾸짖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가학 성향이 있는 선생님이 아닌 다음에야 아이를 꾸짖거나 매를 대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분명히 잘못이 있으니 꾸짖고 매를 대는데 부모가 항의한다. 선생님이 왜 꾸짖었을까 생각하기보다 선생님이 자기 자식을 미워한다고 생각해버리면 곤란하다"며 본뜻이 곡해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연주 정화여중 교장은 "선생님의 꾸짖음을 학생들이 자칫하면 인격 모독으로 받아들여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며 "인격적으로 대우하면서 효과적으로 꾸짖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꾸짖어야 하는데 자칫 역효과가 날까 염려돼 꾸짖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꾸짖음을 비관해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아이들이 종종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나친 강조도 꾸짖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개인의 모든 잘못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대치시키는 버릇이다. 예컨대 취직이 안 되거나 범죄가 발생했을 때, TV나 신문은 자주 사회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는 결코 개인적 책임이 없다는 말이 아닌데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은 취직이 안 되어도, 범죄가 발생해도 모두 사회구조 탓으로 돌려버리곤 한다.
◇행동으로 본보기 보여야
자기 행동은 단속하지 않고 아이들을 꾸짖기만 하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자녀에게 '네 방에 가서 공부해라, 숙제해라' 하면서 자신은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보는 부모, 자신은 담배를 피우면서 자식에게는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중목욕탕에서 본인은 물이나 수건을 아껴 쓰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는 절약을 강조해봐야 헛일이다. 자신은 바쁘다는 핑계로 무단횡단을 하면서 어린 자녀에게는 교통법규를 지키라고 말하는 부모도 많다. 부모 자신은 1년 내내 책 한 권 읽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
윤일현 대산학원 이사장은 "아이들은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스스로 어른이 되어간다고 믿는다.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책을 읽지 않고, 법규를 어기는 것은 그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고 지적하면서 "부모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일 때 자녀 역시 그 모습을 모방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는 친구가 아니다"
이재순 동부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장은 "부모의 너그러운 태도뿐만 아니라 엄한 태도 역시 중요하다. 너그럽기만 할 경우 아이의 버릇이 없어지고 책임감도 없어진다. 자상한 부모가 되는 것은 좋지만 친구 같은 부모는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는 부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할을 혼동할 경우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친구 같은 부모상을 강조할 경우 자녀들이 부모의 꾸짖음을 의견다툼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안 되는 것은 설득하되,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단호하게 나무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순 과장은 또 자녀의 작은 잘못은 엄하게 꾸짖고 큰 잘못은 감싸 안으라고 조언한다.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녀는 이미 고민을 했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네가 큰 실수를 했지만 앞으로 조심해서 반듯한 사람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격려하고 대처 방안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심하게 꾸짖거나 처벌할 경우 마음에 깊은 상처, 좌절감을 주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나쁜 길로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잘못을 했을 때는 엄하게 꾸짖어 앞으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작은 잘못을 꾸짖어야 큰 잘못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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