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 트위터] 정의화의 조용한 실험

한나라당 부산 출신 4선 의원이며 국회부의장이기도 한 정의화가 근간에 의미 있는 정치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참여하고 있던 친이명박계 의원 모임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다른 의원들도 계파 모임 해체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친이계와 친박계가 주요한 사안마다 충돌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계파 정치 극복이 국정 성공의 관건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 의원의 희망대로 계파 정치는 해체될 것인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의 선언 이후 계파의 움직임은 오히려 더 노골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언론은 '갈등하고 있는' 친이계와 '몸을 풀고 있는' 친박계의 동향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계파 해체 실험은 찻잔 속의 태풍에도 미치지 못할 공산이다.

계파 정치가 한국 정당 문화의 한 부분이 된 지는 오래다. 민주당에도 계파가 있다. 10월 3일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향해 달리고 있는 정세균계, 정동영계, 손학규계가 있다. 한때는 동교동계, 친노계도 있었다.

한심한 것은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계파 정치가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계파들이 어떤 가치와 노선의 차이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시장 경쟁을 가장 중요한 국정의 원리로 삼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사이에 노선의 차이란 없다. 작은 정부와 감세 정책을 기조로 삼는 두 지도자가 최근에는 친 서민, 복지를 강조하고 나서는 점까지 비슷하다.

민주당의 지도자 정세균 의원, 정동영 의원, 손학규 고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천명하고 있는 진정한 진보, 담대한 진보, 새로운 진보라는 말은 현란한 정치적 레토릭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들 사이에는 어떤 내용의 차이도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민주당 계파의 진보 노선 다툼은 다분히 희화화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계파 정치가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말은 안이한 평론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계파 정치는 공천과 지분투쟁을 둘러싼 벌거벗은 권력정치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줄 세우기 정치의 고상한 표현일 따름이다. 이런 계파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 한때 여의도에 유행한 난센스 퀴즈를 기억할 것이다. 국회의원과 텔레토비가 같은 점이 뭔가? 답은 '떼로 몰려다닌다'이다. 이 퀴즈는 국회의원들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는 사실을 잊고 계파 보스를 따라 무리 지어 몰려다니는 한심한 모습을 놀리는 말이다.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자민당식 계파 정치에 대해서는 일본 내부에서도 반성이 비등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도, 공천과 충성을 교환하는 '페트론-클라이언트 관계'로 엮어 세워 멀쩡한 국회의원들을 망가뜨리는 텔레토비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큰 뉴스에 묻혀서 흘러가고 있지만 정의화의 조용한 실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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