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이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하순 압록강이 범람한 북한과 중국, 파키스탄이 대규모 홍수 피해를 입는가 하면 서유럽은 물론 '동토' 러시아까지 폭염에 시달리는 등 날씨가 심술을 부려 고통을 받고 있다.
◆기상 이변 줄이어=아시아는 폭우에 따른 홍수로 몸서리를 치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이틀 동안 내린 폭우로 북한의 압록강 하류가 범람, 북한의 곡창지대인 신의주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중국은 같은 달 초 이미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었다. 서북부 간쑤성 간난 티베트족 자치주의 저우취현에서 발생한 홍수로 산사태가 일어나 1천200여 명이 사망했고 동북부 지역은 100명 이상, 북서부는 300여 명, 남부는 200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파키스탄은 7월 말 폭우가 퍼부어 인더스강 수위가 1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바람에 1천600여 명이 죽고 이재민이 600만 명 이상 발생했다.
폭염도 지구촌을 떨게 만들고 있다. 서유럽과 미국은 7월 수은주가 35℃ 이상 치솟는 폭염으로 고통받았고 일본은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일사병으로 이미 57명이 사망했다. 폭염은 러시아마저 덮쳤다. 러시아기상청에 따르면 기상 관측 이래 130년 만에 닥친 더위다. 7월 말 러시아는 일주일 이상 최고기온이 35~38도에 이르면서 물로 더위를 식히려던 시민 300여 명이 사망했다. 이와 함께 반세기 만에 닥친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이 지난해보다 31%나 급감, 주요 곡물 수출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제트기류로 인한 기상 이변=올 들어 폭염과 홍수, 가뭄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등 기상 현상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 유라시아에서 발생한 대홍수와 기록적인 폭염은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된 한대 제트기류의 이상 행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제트기류(Jet Stream)는 지표면으로부터 7~12㎞ 상공과 대류권 및 성층권 사이에서 남북으로 뱀처럼 꿈틀대며 시속 약 100㎞ 속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기류다. 폭은 1~5㎞ 정도. 지구의 자전과 공기의 대류 현상이 결합해 발생하는 것인데 북반구에서는 북위 30~60도 사이에서 주로 나타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한대 제트기류의 남북 간 진폭이 확대되면서 공기 순환을 가로막아 분리·고립된 고기압과 저기압이 움직이지 않는 '제트기류의 블로킹(저지) 현상' 탓에 기상 이변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러시아에서는 대기가 오랫동안 뜨거워지고 중국과 파키스탄에는 저기압이 발달해 각각 폭염과 홍수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극심한 기상 이변 현상을 두고 세계기상기구(WMO)는 "제트기류의 진폭이 깊어진 이유와 각종 기상 이변이 빈발하고 있는 원인을 정확히 밝히려면 좀 더 분석해봐야 한다"면서도 "지구 온난화로 기상 이변이 더욱 자주,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 보고서의 예상과 최근 기상 이변 양상이 일치한다는 점을 볼 때 결국 이 같은 현상이 지구 온난화와 직결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대구도 예외 없다=지구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1906~2005년) 동안 0.74도 증가했는데 그 추세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빙하와 만년설이 녹으면서 해수면도 최근 40여 년 동안 매년 1.8㎜씩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특히 폭염으로 유명한 대구 또한 기온 상승 추세가 지속되는 등 지구 온난화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1910년대(1910~1919년) 대구의 연평균 기온은 12.8도였으나 2000년대(2000~2009년)에는 14.9도로 지난 100년 동안 2.1도 상승했다. 특히 같은 기간 연 평균 최저기온이 7.3도에서 10.1도로 올라 상승세가 뚜렷했다. 또 겨울이 같은 기간 108일에서 78일로 한 달 감소했고 여름은 115일에서 135일로 20일 늘었으며 열대야 발생일도 2.9일에서 12.8일로 증가했다.(표 참조)
연구소는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경우 21세기 말에 이르면 아열대 기후구가 대구는 물론 구미, 안동, 포항까지 북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대구의 명물이던 사과의 주산지가 제천, 충주로 북상한 것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아열대 기후구 북상 징후라고 분석했다.
연구소 권원태 소장은 "지구 온난화로 기온과 강수량 패턴이 변함에 따라 홍수, 가뭄, 폭염 등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데다 지역에 따라 태풍이나 허리케인 세기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지구가 따뜻해지면 병충해로 농업이 지장을 받고 생물 진화 속도가 급격한 기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자연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 기온이 오르면 자연 생태계는 큰 변화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연평균 기온이 2도 오를 경우 1천만~3천만 명이 기아로 고통을 받는데다 가뭄이 증가하고 태풍의 위력이 강해질 것으로 추정한다. 4도 상승하면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12m 상승하고 주요 생물종이 멸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북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 김종달 소장은 "현재는 제주, 남해안 일부에 불과하나 70년 뒤에는 문경, 상주까지 아열대 기후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태양과 수소에너지를 위주로 한 경제 기반을 구축해 지구를 덥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기후 변화에 보다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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