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세계적이다. 수도권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 도쿄와 비교해도 훨씬 더 심하다. 더욱이 남북 대치로 안보 리스크가 상존하고 이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돼 있지만 사람도 돈도 휴전선과 가까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른 비수도권의 상대적 박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터에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비수도권 국민들의 부아를 돋우는 작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수도권 국회의원 44명이 '수도권의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제정안의 핵심은 현행 '수도권 정비 계획법' 폐지에 있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대형 건물과 공공 청사에 부과해 오던 과밀부담금 제도와 공장총량제 등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토 균형발전은 물 건너가게 된다. 수도권 기업에 특혜를 준다면 비수도권으로 옮기려던 기업도 U턴을 할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수도권 인프라 확대 투자 계획을 앞 다퉈 발표하고 있다. 'KTX 고속철도망 구축 전략'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통근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서울과 경기도를 지하로 연결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이 핵심 사업이다. 이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역점 추진 사업이다.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분명한 원칙도 없이 계속 양보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수도권 규제를 풀라는 것은 정상적인 영업으로 이익을 내려는 게 아니라 땅값 상승 등을 통한 초과이윤이 목적이란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외국인 투자도 마찬가지 이유로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 결국 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비전이 부족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좁은 국토를 더욱 좁게 쓰는 수도권 단핵 성장 전략의 문제점은 누누이 지적했었다. 다시 반복하면 과밀에 따른 비효율과 고비용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저하로 요약할 수 있다. 남북 분단에 영호남으로 갈린 것도 모자라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갈등과 대립을 촉발하는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도발은 철회돼야 한다. 비수도권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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