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너지는 교권, 어쩌다 이지경까지…

아들 전학 반발 학부모 후배동원 담임 폭행…동료교사들 74명 집단 고소·

대구 수성구의 한 교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외부인과 함께 찾아와 아들의 담임교사를 폭행하자 교사들이 집단으로 해당 학부모를 고소·고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대구 수성구 시지고 교사 74명은 최근 이 학교 K교사를 폭행한 학부모 C씨를 대구 수성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

6일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시지고에서 자녀에 대한 학교 처분에 반발한 학부모 C씨가 건장한 후배들을 동원해 담임교사를 폭행했다"는 고소 및 고발장이 지난달 31일 접수됐다.

시지고 교사들은 "지난달 23일 오전 11시 40분쯤 평소 친구들을 때리는 등 수차례 문제를 일으킨 재학생 B군을 전학조치하려는 데 반발, B군의 아버지 C(44)씨가 지인 두 명을 데리고 교장실로 찾아와 담임 교사 K(40)씨를 불러낸 뒤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교장실에까지 찾아와 담임 교사를 폭행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교권 확립 차원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 고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폭행 현장에 있었던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학부모 C씨 일행은 교장실에서 담임교사에게 '목을 딴다. 목을 그어버리겠다'는 등 폭언을 한 뒤 휴대폰을 집어던지며 폭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K교사는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아 치료중이고,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교감 역시 충격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시지고 교장은 "피해를 입은 담임 교사가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길 원한 데다 수능시험까지 앞두고 있어 전체 교사 회의를 통해 대구시교육청에 보고만 하고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C씨는 경찰 조사에서 "후배들은 내가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탓에 운전을 부탁해 동행한 것일 뿐이고 담임 교사를 위협하고 구타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또 학교측에 "홧김에 우발적으로 벌인 일이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학부모 C씨와 함께 왔다는 후배 두 명은 조사 결과 폭행에 가담한 적이 없는 등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담임 교사 K씨의 부상에 관계 없이 C씨의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조사를 마치는 대로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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